이종왕 전 삼성그룹 법무실장이 현재 삼성전자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고문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 후 “변호사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다시는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를 떠났었다.
12일 삼성에 따르면 2007년 11월 퇴직했던 이 전 실장은 2년 7개월 만인 2010년 6월 삼성전자와 고문계약을 체결하며 복귀했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급 임원은 퇴직 후 2~3년간 고문을 역임하지만 이 고문은 사직 당시 이런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뒤늦게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문은 법무 관련 업무는 하지 않지만 이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계열사 사장단과 이 회장 간의 ‘소통’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문과의 계약도 2010년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시민, 사회 단체 등의 반기업 정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사법연수원 7기 ‘8인회’의 일원이다. 그는 서울지검 부장검사를 거쳐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재직하던 중 ‘옷로비’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 수뇌부와의 갈등으로 퇴임했다.
김앤장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그는 재벌 관련 재판의 변호를 잇따라 맡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04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같은 해 삼성그룹 법무실장으로 영입돼 사장급 대우를 받으며 재직하다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회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