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현대차의 힘]디자인·마케팅…'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가능성' 열다

입력 2012-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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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혁신과 도전

지난 2011년 1월 10일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 센터. 2011 디트로이트 모터쇼 프레스데이 단상에 오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표정은 비장했다. 신개념 3도어 ‘벨로스터’, CUV 콘셉트 카 ‘커브’와 함께 그가 공개한 것은 다름 아닌 현대차의 새 브랜드 영문 슬로건이었다.

그가 공개한 새 슬로건은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이 슬로건에는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가능성과 가치를 창조하겠다는 현대차의 경영 의지가 담겨있었다.

정 부회장은 이 슬로건을 공개한 뒤 “자동차에 대한 그간의 생각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현대차의 임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그후 만 1년.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며 글로벌 5대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섰다. 현대차의 고속 성장에는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새로운 생각과 파격적인 선택이 한몫을 했다. 그동안 아무도 가지 않았던 고정관념을 깬 마케팅 등 ‘파격’이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자동차 디자인의 고정관념을 버리다=현대·기아차는 지난 한해 동안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이한 모양의 신차를 내놔 소비자들을 즐겁게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현대차 벨로스터와 기아차 레이다. 3도어 벨로스터는 2007년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 카 ‘퓨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차였다. 이 차는 현대차의 새 브랜드 슬로건이 그대로 반영된 첫 차다. 새로운 생각에서 빚어진 혁신적 디자인은 국내는 물론 세계의 이목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벨로스터는 ‘카빙-레이’를 기본 콘셉트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개성적인 스타일을 구현했다. 운전석쪽에는 문이 한개, 다른 쪽은 문이 두개의 비대칭적으로 설계된 3개의 문은 시각적 흥미를 배가시킴과 동시에 뒷자리 탑승객의 탑승 편의성도 고려하는 실용성까지 겸비했다.

벨로스터의 3도어는 쿠페의 ‘스타일’과 해치백의 ‘실용성’을 절충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적 아이디어였다.

‘신개념 박스카’로 최근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는 레이도 고정적 디자인의 관념을 완전히 탈피했다. 자사 모델 ‘소울’과 수입차 ‘큐브’를 통해 소개됐던 박스카 디자인은 작고 귀여운 모습으로 젊은 층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그러나 기아차의 파격은 단순한 박스카 디자인으로 그치지 않았다. 레이는 차체의 기둥 역할인 중간 필러(B필러)를 과감히 없애고, 뒷문은 슬라이딩 도어로 달았다.

차의 필러를 없앤다는 것은 매우 과감하지만, 위험한 시도이기도 하다. 충돌 사고가 일어날 경우 차체가 종잇장처럼 쉽게 구겨질 수 있다. 차체가 망가진다는 것은 자동차의 최고 덕목인 안전성 점수에 있어 매우 치명적이다.

그러나 기아차는 치명적 위험을 감수하고 이러한 디자인을 구현했다. ‘필러리스 디자인’으로 불리는 이 디자인은 필러를 없앤 대신 초고강도 강판을 활용해 디자인과 안전성을 모두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슬라이딩 도어를 뒤쪽에 단 덕분에 경차로는 넓은 실내 공간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똑같은 차, 늘 보던 차를 내세우기보다 새로운 생각으로 혁신을 꾀하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핵심 철학”이라며 “새로운 생각이 돋보이는 신차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 대박의 비결 ‘파격적 발상·과감한 시도’=범 현대가의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생전 최고 유행어(?)는 “이봐, 해봤어? 시도해 보기나 했냐고”라는 호통이었다. 이 호통은 새로운 시도와 모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부하 직원들에게 정 회장이 외치던 말이었다.

정 회장이 꿈꾸던 새로운 생각 곁에는 늘 세간의 조소가 있었다. 울산 미포조선소를 지을 때나, 국산 토종 자동차 포니를 만들 때, 천수만에 유조선을 빠뜨려 방조제를 만들 때 사람들은 “정주영이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파격적이고도 새로웠던 왕회장의 생각은 오늘의 한국경제와 현대차그룹을 있게 했다.

현대차가 진행하고 있는 파격적 마케팅에도 ‘왕회장식 해봤어 정신’이 존재한다. 불굴의 도전 정신이 현대차가 추구하는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2011년 6월부터 차례로 시행된 찾아가는 시승 서비스와 비포 서비스, 홈투홈 서비스는 국내에서 가장 큰 호평을 받은 현대차의 새로운 서비스 사례다.

고객이 영업소나 정비업체를 방문하지 않고도 손쉽게 자동차를 구입하고 정비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극심한 내수 판매의 정체 현상 속에서도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고객을 향한 새로운 생각과 모험 덕분이었다.

해외 시장에서는 신뢰와 믿음을 필두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2009년 현대차는 실직자 보상(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펼쳐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8년 리먼 사태로 미국 시장이 흔들리자 현대차는 차 구입 고객이 1년 안에 실직할 경우 차를 되사주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이 덕에 현대차는 미국 시장의 극심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9년 8.3%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평생 보증’이라는 흔치 않은 카드도 꺼내 품질의 우수성을 자인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무상 보증 기간을 10년 20만㎞까지 연장하는 파격적 결단을 내렸다.

그후 두달이 지난 올해 초 미국에서는 더 큰 결단을 내렸다.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법인 사장은 2012 디트로이트 모터쇼 현장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리튬-폴리머 배터리에 이상이 생길 경우 평생 교환해 주겠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배터리의 품질을 인정함과 동시에 고객이 원하는 것이라면 평생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현대차 만의 새로운 자신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모든 마케팅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다”며 “고객을 위한 새로운 생각과 시도는 현대차 성장의 진정한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고객의 편의를 증대할 수 있다면 혁신적인 시도라도 과감히 도전하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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