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계소비에서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세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황으로 실질소득이 줄고 물가가 오르자 가계에서 꼭 필요한 생활비 이외에 다른 소비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가구당 소비지출 239만5583원에서 생활비는 58만2890원으로, 소비지출 중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4.3%에 달했다.
생활비란 식료품비(식료품+비주류음료)와 주거비(주거+수도+광열)를 합한 것이다. 생활비에 교육비·교통비·고물가·오락문화비를 더하면 소비지출이 된다. 여기에 저축과 비소비지출(세금·이자 등)을 합하면 가계소득이다.
올해 생활비 비중 24.3%는 통계청이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를 집계하는 가계동향조사 통계를 산출한 2003년 이후 세 번째로 높다. 최고치는 통계 작성 첫해인 2003년, 2004년 모두 24.7%였다.
올해 생활비 비중 급등은 고물가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해는 예외 없이 생활비 비중이 높았다. 2003년 물가상승률은 3.5%, 2004년은 3.6%였다. 올해 물가상승률(잠정치)은 4.0%다. 반면 생활비 비중이 가장 낮았던 2007년(23.2%) 물가상승률은 2.2%에 그쳤다.
이렇게 가계가 불황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가계소비 위축이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결국 투자가 감소하고 고용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생길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가 높은 물가로 실질소득이 줄자 교육비·교통비·오락문화비 등을 축소한 탓에 생활비 비중이 커지게 됐다”며 “체감경기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큰 향후 1∼2년 내에 고용을 확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