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올 경제 정책은 방기곡경(旁岐曲徑)

입력 2011-12-23 10:57 수정 2011-12-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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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사회생활부장

얼마전 교수신문이 올해의 한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선정했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로 나쁜 일을 하고 남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없음을 뜻한다.

자기가 한 일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비난이나 비판을 두려워 한다거나,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하지만 속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교수신문은 정부의 소통거부와 무능이 교수들에게 ‘어미도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풀이했다. 교수들의 선택 이유를 들어보면 얼마나 정부가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는지 알 수 있다.

FTA, 중앙선관위 해킹, 대통령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부지 불법매입, 대학구조조정 등 예로든 사건만 해도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교수들은 이런 많은 문제들에 대해 정부는 변명만 일삼거나 비상식적인 주장을 일삼았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소통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김풍기 강원대 교수), ‘독단적인 정책 강행’(강신준 동아대 교수), ‘자화자찬식 정당화’(조명래 단국대 교수)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엄이도종’이 2011년 한국사회를 특징짓는 한자성어라면 2011년 경제분야를 설명할 수 있는 한자성어는 ‘방기곡경(旁岐曲徑)’이 아닐까 한다.

방기곡경이란 ‘옆으로 난 샛길과 구불구불한 길’로 풀이되는 데 ‘바른 길을 좇아서 순탄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의미쯤 된다. 요즘 뜨는 말로 하면 ‘꼼수’쯤 된다.

이 한자성어는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李珥)가 <동호문답(東湖問答)>에서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한 것에서 유래한다.

율곡은 여기서 “제왕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도학을 싫어하거나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구태를 묵수하며 망령되게 시도해 복을 구하려 한다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갖가지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2011년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는 ‘방기곡경’, 꼼수의 연속이었다. 기름값 강제인하, 동반성장협약, 대형유통기업의 수수료인하, 식품업계 가격억제, 알뜰주유소, 초과이익공유제,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등에서 무수히 방기곡경의 행태가 자행됐다.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는 여지없이 언론을 통해 비도덕적 기업으로 호도된다. 정부는 검찰·국세청·공정위를 통한 압수수색, 세무조사, 직권조사의 창칼로 기업을 옥죄며 결국에는 원하는 바를 얻었다.

동반성장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이유로 진행된 방기곡경의 형태는 기업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초과이익공유제같은 경우 유례가 드물게 전경련의 집단 반발로 무산위기에 있기도 하다.

방기곡경의 압권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한 물가통계 항목의 수정이다. 한국은행은 올초 2011년 소비자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3.5%로 잡았다. 그러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확산과 내수 부진,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물가상승폭이 높아지자 지난 4월 목표치를 0.4%포인트 높인 3.9%로 수정했다.

하지만 생필품 가격을 억제해도 물가가 안잡히자 통계청을 통해 아예 소비자물가 항목 중 상승률이 높은 몇개 항목을 빼버렸다. 이를 통해 정부의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은 실제 예상치(4.0%)에 근접할 수 있게 됐다.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한 정부의 방기곡경 행태는 한국사회를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만들어버렸다. 당장 정부의 관리대상이 된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에 비해 뚝 떨어졌고, 내년도 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위기, 경제의 위기를 단순히 글로벌 경제위기의 탓으로만 돌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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