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매트릭스 조직 체제로 신년 사업계획 수립에 나섰다. 부서간 공통분모를 찾아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정책수립, 조사, 연구 등 광범위한 한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은의 부서들은 다음주부터 김중수 총재에게 신년 사업계획을 보고한다. 이번에 달라진게 있다면 부서들 간에 협업이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김 총재는 금융안정, 통화신용정책, 인사·행정, 대외홍보 등 몇 개의 주제를 국장들에게 던져 이에 맞는 사업계획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이전에는 부서들이 각기 사업보고를 했다. 이제는 서로 업무 연관성이 깊은 국·실들이 함께 사업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금융안정과 관련해서는 금융안정분석국, 금융결제국 등 15개 정도의 국·실이 함께 사업계획을 세운다. 인사·행정에 대해서는 총무국, 인재개발원 등이 힘을 합친다.
한은이 이 같은 변화는 지난 4개월간 진행한 조직개편을 반영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한은법 개정으로 금융안정 기능이 추가된 데 따른 것이었다. 한은은 최근 부서간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안정위원회(위원회 이름은 가칭), 거시정책위원회, 경제전망위원회 등을 만드는 초안을 확정했다.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본지 11월24일자 1면 참조
또 정책기획국과 금융시장국은 통화금융국으로 통합하고 대외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국을 신설키로 했다. 금융안정분석국은 거시건전성정책국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기획국은 은행의 중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우는 부서로 탈바꿈한다.
새로운 변화에 한은 국장들은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형식이 완전히 뒤바뀐데다 김 총재가 “일상적으로 하는 뻔한 업무보고는 안 받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안정 기능이 추가되는 등 은행의 책무가 늘어났으니 이에 걸맞는 창의적인 업무계획을 세우라”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보고 매뉴얼이 바뀐 만큼 사업보고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며 “김 총재가 한은 조직을 동태적으로 봐온 터라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