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만 ‘뛰는’ 민주, 대표만 ‘실종’ 한나라

입력 2011-10-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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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만 보인다. 바닥의 움직임이 없다.”

대표실 관계자는 20일 기자에게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이끌기 위해 손학규 대표는 동분서주하는데 밑바닥 당심이 따라와 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가 “오죽하면 대표가 이런 얘기까지”라며 지칭한 대목은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일어났다. 손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흔쾌히 마음을 열고 돌아오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역을 돌아봐도 운동원이 열의를 갖지 못하는 등 전체적 분위기가 냉랭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원순은 민주당 후보”라며 일체감을 강조한 뒤 정장선 사무총장에게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앞선 16일엔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순 의원이 F1 경기 관람을 위해 전남 영암을 찾으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공식 선거전 돌입 이후 첫 휴일 서울을 버려둔 채 선거와 무관한 지방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은 선거에 임하는 서울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한 서울지역 의원은 “하부조직이 따라붙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자당 후보가 아닌 것에 대한 자괴감이 크다”고 이유를 들었다. 최근 지역 호남향우회를 찾아 박원순 지지를 요청했다는 한 의원은 “싸늘함마저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경남 창녕 출신인데다 민주당 입당마저 거부한 박 후보를 적극 지원할 동인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 주요당직자는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에서의 생존”이라며 “박 후보가 이겼을 경우 통합 주도권을 (‘혁신과 통합’에) 빼앗김과 동시에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혈은 지분을 뜻하고, 지분은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4년간 닦아온 지역구 포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만 만든다면 굳이 민주당 간판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례가 쌓이면 민주당 무용론과 함께 지각변동(정계개편)을 수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면 대권에 방점을 찍은 손 대표는 야권 통합의 힘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눈을 내놓으라면 내놓고 팔을 내놓으라면 내놓겠다”는 그의 절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4년간 이어온 친이·친박 집안싸움을 끝내고 서울시장 선거에 하나가 됐지만 정작 홍준표 대표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현장 지원유세 역시 대부분 지방에 전력함에 따라 나경원 후보와의 동행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 안팎의 비판에 일정을 취소하긴 했지만 홍 대표는 선거기간 중 태권도협회장 자격으로 미국 방문까지 계획했었다.

이에 “대표가 패배주의에 빠져 책임론만을 의식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낳았다. 서울의 한 의원은 “나 후보를 그렇게 몰아붙이다가 이제 와서 손을 들어주기엔 홍 대표 스스로도 민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대표는 나 후보를 “탤런트 정치인”이자 “오세훈의 아류”로 치부하고 대안 물색에 나선 바 있다.

선대위에 합류한 한 당직자는 19일 기자와 만나 “대표 존재감이 있나. 이미 박근혜 대 안철수로 구도가 짜였는데”라며 “후보 개인기로 이만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모든 초점이 박 전 대표에 맞춰진 상황에서 옆에서 들러리 서기엔 그의 자존심이 너무 강하고, 그렇다고 마냥 뒷짐만 지기엔 대표로서의 직책과 책무가 있어 공개회의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한 후방 지원사격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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