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비리와 연루된 인사들을 털어내려는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형님’과 ‘동생’으로 불리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부터 당내 분위기도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홍 대표는 “대통령의 가까운 친인척과 측근들에 대해선 모두 그 뒤(비리의혹)를 살펴볼 것이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등도 예외가 없다”고 했다.
내년에 총·대선이 있고 당장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예정돼있는 만큼 부담이 되는 인사들과는 선을 긋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상득, 박영준 두 명에 대한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 이 문제를 정리하고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선 이미 권력형 비리의 몸통으로 이 둘을 지목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김두우·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신재민 전 문광부 차관이 금품수수로 이미 구속되거나 수수의혹을 받고 있는데 대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실제 이 전 부의장과 박 전 차관 이름이 검찰의 입에서 거론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에 대해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누가 권력형 비리의 몸통인지 나오는 것 아니냐”며 둘을 겨냥했다. 그는 “정권 실세라는 사람들이 청와대와 정부 곳곳에 자기 사람들을 심어놨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온갖 별 수를 다 쓸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다고 막아지겠나. 지리한 공방을 이어가다 결국엔 다 터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권력형 비리는 과거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면서 “노태우 정부 때 박철언, 김영삼 정부 때 김현철, 김대중 정부 때 아들들에 대한 비리가 처음부터 나오더냐. 곪을 대로 곪다가 결국 정권 말기에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국정감사에서 “이국철 SLS회장이 윤상기 씨, 포항의 문 모씨, 현직 국회의원의 박 모 보좌관 등에게 30억원을 제공했다”며 “저는 ‘오만 군데가 다 썩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구속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내달 4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 전 부의장이 구설수가 더 번지기 전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측근문제로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결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모 중진 의원도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입소문에 오를 무렵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홍 대표가 28일 부산을 방문해 영남권 공천 물갈이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계획이 있다”며 공천 쓰나미를 예고한 것도 이 부의장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