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문제점을 노출시켰던 주파수 경매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경매 방식을 대폭 수정, 충분하게 주파수 공급량를 확보하고 경매 계획 등을 조기에 설정해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9일 “경매제도 자체가 투명성은 확보되지만 입찰가격 상한선을 마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도입을 서두른 감이 있다”면서 “정통부 시절보다 기금 운용의 폭이 작아서인지 경매 수입에 너무 치중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경매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경우 시초가격을 현저히 낮추고 다양한 주파수를 확보해 이동통신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경매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정부와 업계, 시민사회가 사전 협의를 통해 업체간 과당 경쟁을 막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만간 나올 SKT의 LTE 서비스 요금이 5000~1만원가량 더 비싸지는 것은 무리한 낙찰가격이 결국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되는 방증인 셈”이라며 “방통위가 국내 실정에 맞는 경매 제도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낙찰 상한가 지정 등 사전 조정 방식을 보완시켜 운용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1차 경매가 치러진 상태에서 큰 틀은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매 방식 자체를 손대기 보다는 다양한 주파수 발굴과 사전 고지로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노익 전파정책기획과장은 “주파수 경매는 올해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들과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후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올 연말까지 모바일 광개토 프로젝트를 통해 중장기 로드맵이 제시되면 현재 논란의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입찰 방식에 대한 개선보다는 주파수 공유 기술 등을 활용한 공급 다양화를 통해 과열 경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와서 입찰 방식을 바꾼다고 하면 이번 경매에서 낙찰가로 최고가를 지불해야 하는 SKT 입장에서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고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업계에서도 주파수 확보량을 늘리고 이를 사전에 우리가 알수 있게 하는 게 낫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경매가 한차례 끝난 상황에서 입찰 방식 개선보다는 방통위의 중장기 로드맵이 조금이라도 앞당겨 나와 줘야 회사 입장에서도 수요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지난달 말 ‘동시오름 방식’으로 진행된 주파수 경매에서 1.8㎓ 대역 20MHz폭을 따내기 위해 SK텔레콤과 KT는 9일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83라운드의 접전 끝에 SK텔레콤은 시초가 보다 두 배 이상 오른 9950억 원에 낙찰 받았다. KT는 800㎒ 10MHz폭(2610억 원), LG유플러스는 2.1㎓ 20MHz폭(4455억 원)의 임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