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까지 휴가중인 손학규 민주당대표가 휴가를 마치고 어떤 정국구상 카드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10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여러 당면한 문제, 장기적인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가다듬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부지방 수해 등을 참작해 휴가를 잊은 여름을 보내려 했으나 총 130여일에 걸친 1∼2차 민생 `희망 대장정'과 4ㆍ27 재보선 출마로 인한 고갈 난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한다. 그는 휴가 기간 외부 일정을 일절 잡지 않은 채 분당 자택에 머물기로 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휴가중 읽을 책이다.민주당 대변인실은 손 대표의 휴가 중 독서목록으로 두 권의 도서를 공개했다. 자크 아탈리의 ‘더 나은 미래’와 대니얼 앨트먼저의 ‘10년 후의 미래 - 세계경제의 운명을 바꿀 12가지 트렌드’이다.
전자는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국가 채무가 국가 간 역학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었으며 후자는 미래에는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다음의 경제위기는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 등을 통찰했다. 최근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국내 증시폭락 등 경제위기와도 맥을 같이한다.
경제관련 서적을 읽으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경제를 바라보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지만 그가 독서에 열중하기에는 현실 정치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야권통합이라는 산은 여전히 높다. 차기 잠룡들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진두지휘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도 고려해야 한다.
손 대표는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의 철학을 계승해 생전에 당부했던 야권통합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야권통합의 길을 가기위해서는 민주당의 통합부터 이끌어내는 것이 순서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 계파, 노선 간 갈등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지난달 초 정동영 최고위원과의 이른바 ‘원칙 없는 포용정책’논란은 당내 갈등이 곪을 대로 곪았음을 방증하는 한 예에 불과하다. 시대의 요구인지 권력창출의 도구인지 통합의 명분도 손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 상승도 편치만은 않다. 그는 “큰 틀에서 보면 반갑고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의 지지율 상승이 민주세력, 민주당의 총합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야권통합, 대선 레이스의 흥행 파이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파이도 줄어들 수 있다. 문 이사장의 지지율 상승효과가 자신의‘보완재’가 아닌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차기 지도부는 내년 총선 공천 프리미엄, 대선 경선 룰을 관리한다. 그런 만큼 현재 대표 프리미엄을 쥔 손 대표가 누구에게 혹은 누구로부터 ‘러브콜’을 주고받을지 초미의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