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中企 제대로 살려내는 법

입력 2011-08-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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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 前 공정거래위원장

요즘 만나는 중소기업인마다 이제는 더 이상 기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푸념이다. 심지어 IMF때도 이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다고 하면서 차마 듣기에도 거북한 내용의 불만을 털어놓는다. 그간 정부는 중소기업보호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냈었고 적지 않은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는데도 왜 중소기업들은 갈수록 기업 못해 먹겠다는 말만 늘어놓는 것일까?

최근 들어 정부는 공정사회 건설을 캐치프레이즈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을 화두삼아 여러 가지 설익은 구상들을 각 부처가 앞 다투어 발표하면서 혼란만을 가중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중 법가의 창시자 한비자는 모든 인간들에게 착한 일을 하도록 기대 할 수 없으며 인간들은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한 신상필벌만이 국가를 제대로 경영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서구선진국들의 기업인들과 달리 자기가 이룬 부를 순전히 자기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로만 생각해서 이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식들에게 그대로 물려주는데 만 혈안이 되어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부를 이룰 수 있도록 국가의 안위를 지켜주고 여러 가지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은 공정거래법에 규정되어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를 끈질기게 요구하더니 드디어 그들의 소원대로 이를 폐지하여 무차별적인 문어발식확장을 통해 영세 중소기업의 설 자리까지 없도록 만들어 가고 있고 그룹 전체의 일감을 계열사 한 곳으로 몰아주어 능력이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자녀들에게 부를 몰아주는 부당내부거래를 서슴없이 진행하고 있다. 재벌들은 공정거래 법상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투자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끈질기게 주장했는데 이제 그 출총제가 폐지되었는데 과연 투자활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출총제 폐지를 투자보다는 중소기업분야에 무차별적으로 침투하는 문어발식 확장에만 악용되고 있지는 않는지 묻고싶다.

이제 대기업들은 두부, 콩나물 ,신발창, 작업용실장갑에서 사진앨범, 영화관광고까지 무차별적으로 중소기업 영역을 서슴없이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들에게 기업가 윤리가 있으며 자발적인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이야기 할 수 있는것일까? 뉴욕대 스턴비지니스스쿨의 대니얼 앨트먼 교수는 그의 최근 저서 ‘10년후의 미래’에서 세월이 지나도 변화가 어려운 전통과 문화적특성, 그리고 사회적인 환경 등을 “Deep Factors"라고 정의하면서 이러한 Deep Factors들은 변화가 어려워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도 결국 한계에 부딪치게 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대기업들의 호의에만 의존하지 말고 효과적인 중소기업 보호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때다.

우선 대기업과 그 친척일가들이 현재 참여하고 있는 업종에 대해 정기적인 세밀한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적인 감시망을 구축하여 감히 영세 중소기업분야에까지 침투할 수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과 성숙된 국민의 자발적인 통제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기업의 무분별한 문어발식확장으로 전통적인 중소기업분야에 침투할 수 없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다시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이미 언급한대로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 확대와는 상관없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영세 중소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게 될 것이다. 셋째로 이미 폐지된 중소기업고유업종지정제도를 다시 부활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다시 검토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고유업종지정제도는 과도한 보호막으로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공정거래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 제도폐지의 주된 근거였다. 그러나 이는 공정거래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잘못된 인식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15년이상 미국의 대법원판사를 역임한 “위렌” 대법관은 중소기업 보호정책이야말로 공정거래정책의 핵심이라고 설파한바 있다. 진정한 공정경쟁을 위해서는 우선 중소기업을 일정한 보호막으로 키운 뒤 중소기업에서 졸업할 정도로 크게 되면 대기업과 자유로운 경쟁이 될 것이며 그때 까지는 정부가 일정하면서도 투명한 보호막으로 보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으로 대기업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철저히 차단하여 부당한 부의 대물림이나 합법을 가장한 탈세를 방지하고 중소기업제품의 안전한 판로를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정기적이고도 과감한 조사와 처벌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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