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순의 일본이야기】숨결마저 고풍스러운 천년고도 교토

입력 2011-08-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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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비코티에스 대표이사

간사이 땅에 발을 내려놓은 여행자라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도시 교토. 794년부터 1868년까지 천년 넘게 일본의 수도로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던 교토는 일본인의 가슴에 가장 일본다운 도시, 마음의 고향으로 새겨져 있다.

그네들 가슴에 교토가 그토록 굳건히 자리한 이유는 도쿄에 화려한 영광을 넘겨주고도 천년고도의 멋과 기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에 짙게 밴 전통의 향기는 오늘날 교토를 찾은 전세계 여행객에게도 참을 수 없는 매혹으로 다가온다. 천년 전 시계바늘이 멈춰버린 듯한 교토 거리는 현대의 이방인을 단박에 홀린다.

물론 여느 대도시 못지않게 거대한 백화점과 쇼핑몰이 모여 있는 교토역 주변에는 현대의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현대의 피조물로부터 불과 몇 발자국 떼지 않아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면 이야기는 여느 도시와 사뭇 달라진다.

이야기 시작에 앞서 명심할 것은 보폭에 여유를 둘 것. 자연의 숨결마저 고풍스러운 교토의 진가는 느린 걸음 끝에 발견된다. 천천히 걸어 들어가자. 도시에 흩어져 있는 신사와 사찰만 2000여개다. 아름다운 자연에 산재한 문화유산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가랑비에 젖어드는 옷깃처럼 시나브로 교토의 시간 속으로 스며드는 즐거움을 누려라.

동쪽으로 발길을 잡은 이는 교토를 대표하는 명찰 키요미즈데라로 향하게 될 터. 778년 깍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이곳 본당은 일본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172개의 나무 기둥을 교차해 완성한 본당에 서면 교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찰에 이르는 언덕길은 가파르지만 아기자기한 기념품과 공예품, 군것질거리가 길 양옆을 꽉 채우고 있어 비탈길 오르내림이 힘에 부치지만은 않다.

해질 무렵엔 언덕을 내려와 기온 거리로 길을 잡자. 일본의 3대 축제 가운데 하나인 기온 마츠리가 열리는 야사카 신사부터 카모 강까지 곧게 뻗은 기온 거리는 과거 교토에서 가장 번화했던 유흥가의 옛 모습 간직하고 있다. 기모노 차림의 게이샤나 마이코가 활보하는 이 거리의 분위기는 현대를 사는 일본인에게도 이색적이다.

기온과 이어진 하나미코지도리는 교토의 옛 정취를 차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전통 목조가옥이 줄지어 선 이곳은 비 오는 날 때를 맞추면 한층 운치있다. 전통가옥 처마 밑, 둥글게 말린 대나무살을 타고 빗방울이 또르르 굴러떨어지는 찰나의 기억은 영원토록 교토를 추억하게 할 것이다.

긴카쿠지 일대는 한결 고즈넉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담한 선종사찰 긴카쿠지에서 좁은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철학의 길은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 이곳에서 즐기는 차 한잔의 여유 역시 교토여행을 풍성하게 만드는 중대요소다.

천년간 권력의 핵심부로 군림한 교토 서부에는 화려한 금빛 누각을 머리에 인 킨카쿠지를 비롯 니죠죠, 료안지, 닌나지 등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사찰과 왕궁이 즐비하다. 주요명소간 이동거리가 제법 길어 습관처럼 발길을 재촉하게 되겠지만 욕심을 줄이면 더 많은 것을 손에 쥘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선의 경지를 표현한 카레산스이 정원에서 얻는 우주의 진리 같은 원대한 깨달음이 아니라, 모래 위 뜨문뜨문 놓인 돌무더기처럼 복잡한 우리 가슴에 섬처럼 박힐 빈 공간일 테니.

교토의 서쪽 끝, 아라시야마의 대숲에 들면 청량한 바람이 가슴 한구석을 쓸고 지나간다. 아라시야마의 수려한 풍광을 만끽하는데는 광산열차를 개조한 토롯코 열차와 호즈강 유람선이 제격이다.

창문이 뻥 뚫린 토롯코 열차를 타고 호즈 강변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유람선을 타고 내려오면 변화무쌍한 아라시야마의 절경을 빠짐없이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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