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고층 아파트들이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출퇴근이 가능하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도심형 전원주택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1기 신도시인 일산신도시의 전원주택단지는 이러한 주거 욕구를 잘 반영한 국내 대표적 도심형 전원주택단지다. 위치는 일산 주택용지 22·23·27블록 일대로 정발산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나눠져 있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정발산동·마두동에 속해 있으며, 장항동에 속해 있던 양지마을 등은 지난해 3월부로 정발산동에 편입됐다.
대부분이 210~250㎡ 가량의 한 필지에 지어졌고, 간혹 2~3필지를 합해 지어진 대저택도 눈에 띈다. 보통 2층 높이 또는 복층으로 3층까지 올린 구조를 띄고 있다.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설계한 전원주택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건축전(戰)을 방불케 한다. 건물구조에서부터 자재, 색상 등의 중복됨 없이 특유의 개성을 뽐내는 주택들이 즐비해 ‘일산의 비벌리힐즈’라 불리기에 손색없다.
주택 가격은 10억원 미만에서부터 30억원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대지를 포함해 3.3㎡당 2000만원 이상에 형성돼 있는 집들이 다수이고, 주로 입지와 건축수준, 노후도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고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말한다.
분당에 비해 입지조건에서 열세인 일산은 주민들을 끌어모을 만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고, 이에 녹지와 공원을 대폭 늘리고 주거 밀도를 낮춘 전원도시를 계획했다. 그러한 친환경 개발의 핵심으로 계획된 곳이 바로 정발산을 중심으로 한 단독주택 시범단지다.
정발산은 해발 86m의 비교적 평탄한 산이지만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안식처 이상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산 중심의 정발산 공원은 축구장과 배구장·족구장·농구장·배드민턴장 등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고, 인공폭포와 자연학습원·약수터·연못 등을 비롯한 조경이 빼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와 TV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마을의 남쪽에 위치한 일산 호수공원은 1기신도시의 인공 호수공원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공원 내에 4.7km의 자전거도로와 5.8km의 산책로를 갖추고 있고, 주말이면 일산뿐 아니라 수도권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붐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쇼핑·문화·예술 등 즐길거리도 가득하다. 정발산역 인근에 일산판 예술의 전당인 종합문화공간 ‘아람누리’가 자리잡고 있으며, 쇼핑·만남의 장소인 ‘라페스타’와 ‘웨스턴돔’은 서로 마주보는 입지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권으로 일산을 대표하는 맛집이 몰려있다.
정발산 전원주택단지 주민의 대부분은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이들이다. 특히 연예인과 언론계 종사자들이 많이 살고 있기로 유명하다. mbc제작센터와 일산SBS가 가깝고 방송·언론사 본사가 밀집된 여의도까지 자가용으로 20~30분 거리에 위치해 이동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인근에 국립암센터 동국대병원, 백병원 등이 있어 이 곳에 둥지를 튼 의사들도 제법 많고, 서울 서북부 지역 대학의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많이 살고 있다. 정발산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았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지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곳 주민들은 부촌이라는 자부심에 연연하기보다는 실생활에서의 편리함과 쾌적함을 중요시 여긴다”며 “서울 한남·평창·성북동 같은 부촌처럼 갑부들이 모여 살지는 않지만, 답답한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중산층 이상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도 최근 부동산 불경기를 피해가지는 못하고 있다. 일산 일대 아파트 시장의 불황이 전원주택단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듯 거래시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매매사례가 드물어 시세 변화를 명확히 알기는 힘들지만 지금 시점에서 집을 처분하고자 한다면 호황기 때보다 10~20% 이상 싸게 내놔야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