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종 음악가'들이 세계 3대 콩쿠르에 속하는 러시아의 차이코스프키 국제 콩쿠르의 각종 상을 휩쓸었다.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약 2주 동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14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베이스 박종민(24.이탈리아 라 스칼라 아카데미 극장)씨가 남자 성악 부문 1위, 소프라노 서선영(27.독일 뒤셀도르프 슈만 국립음대)씨가 여자 성악 부문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꽃'으로 불리는 피아노 부문에서도 손열음(25.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씨가 2위, 조성진(17. 서울 예고)씨가 3위에 올랐으며, 바이올린 부문에서도 이지혜(25.독일 크론베르그 아카데미)씨가 3위를 했다.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 음악인들이 이번처럼 한꺼번에 대규모 수상자를 쏟아낸 것은 처음이다.
특히 입상자들은 대부분 한국의 예고나 음대 등에서 기본 음악 교육을 받은 국내파들이다.
30일 저녁 9시(현지시간)부터 모스크바 시내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각 부문 별 수상자로 한국 참가자들의 이름이 연이어 호명되자 참석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뜨거운 박수 갈채를 쏟아냈다.
지금까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전 부문을 통틀어 한국인이 우승한 것은 1990년 제9회 대회 성악 부문의 최현수씨가 유일하다.
그 다음으로 우수한 성적은 1974년 제5회 대회에서 정명훈씨가 피아노 부문에서 공동 2위, 1994년 제10회 대회에서 백혜선씨가 역시 피아노 부문에서 3위를 한 것이다. 성악부문에선 2002년 제12회 대회에서 김동섭씨가 3위를 차지했었다.
한꺼번에 한국인 입상자가 나온 건 2002년 12회 대회로 성악부문의 김동섭씨와 함께 피아노 부문에서 임동민씨가 5위에 입상했었다.
한편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한국 음악가들이 성악 부문의 금메달을 휩쓸었다"고 전하면서 "이들이 부상으로 각각 2만 유로의 상금도 챙겼다"고 전했다.
1958년부터 시작돼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