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됐지만 수출자격 요건인 ‘인증수출자’ 지정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인증수출자 지정을 받은 기업이 전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수출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이 인증수출자 지정을 받지 못했다.
땀 흘려 만든 제품을 수출하더라고 원산지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할 경우 수출이 지연되거나 혜택 받은 관세를 모두 물어내야 하는 등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일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수출실적 기준 인증수출자 지정 대상(EU로 수출건별 금액 6000유로 이상) 기업 4333개 중 인증수출자 지정을 받은 기업은 지난달 21일 현재 1458개였다. 이는 전체의 34%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이들 기업 대부분은 수출 규모가 큰 대기업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아직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 조사 결과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 대상 기업의 약 92%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인증수출자로 지정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수출기업의 경우 △원산지관리 프로그램 보유·활용 △원산지관리전담자 지정·운영 △원산지증명서류 작성대장 비치·관리 등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요건을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원산지인증수출자 지정을 위해서는 수출제품의 한국산 입증을 위해 부품·원재료부터 원산지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지만, 원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소수출기업은 기존 수입거래선을 한국으로 변경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중소기업들이 원재료를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 경우도 많지만, 공급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에게 원산지 입증을 요구하기도 중소기업으로선 부담스럽다는 것.
관세청이 발 벗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우선 관세청은 중소 수출기업의 인증 확대를 위해 인증을 신청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실질 요건을 제외한 모든 형식 요건에 대해서는 추후 보완을 허용하는 선(先) 가인증·후(後) 본 인증을 한시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형식 요건이 다소 미비하더라고 먼저 인증한 뒤 3개월 내에 보완한다는 것이 관세청의 방침이다.
또 전국 47개 세관 직원들이 2인1조로 인증수출자로 지정받지 못한 수출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해 인증 신청부터 완료까지 모든 절차를 지원하고, 행정 컨설팅도 실시키로 했다.
관세청이 자체 개발한 ‘중소기업 원산지관리 전산시스템(FTA-FASS)’도 무료로 배급하고, 대기업은 자율에 맡기되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과 원산지 관리 양해각서(MOU)를 맺도록 권고하는 등 대기업·중소기업 동반 인증 신청도 유도 중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무역업자와 생산자가 다른 경우 등 납품업체가 원산지 입증을 하지 않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원산지 확인서 발급 신고센터’를 운영해 관련 사례 적발시 행정지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