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물러나도 9년은 문제 없다

입력 2011-06-15 11:03 수정 2011-06-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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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영원한 철밥통] 전관예우에 회전문 인사…로비창구로 전락

‘정권은 바뀌어도 관료들의 철밥통은 영원하다’

퇴직한 관료들이 정권이 바뀌면 다시 관료로 입성하거나, 금융회사 및 산하기관, 단체 등의 주요자리를 차지하는 이른바 ‘전관예우’를 빗댄 표현이다.

물론 전관예우를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 칠수는 없다.

고위 공직자가 오랜 관료생활을 통해 획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사장시킨다면 국가적 손실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가 정책을 다룬 고위 경제관료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정부 부처가 아닌 또 다른 기관에서 발휘한다면 시너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전관예우가 도를 넘어 섰다는 점이다.

퇴직관료가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이해집단 로비창구 역할을 맡는 등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크다.

최근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는 전관예우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금감원 출신의 낙하산 감사를 연결고리로 감독기관과 감독받는 기관이 유착관계를 형성, 감사 업무보다 ‘친정’을 상대로 로비에 열중해왔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의 부실을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 출신 12명 등 이명박 정부에서 퇴직한 공무원도 무려 29명이나 재취업했다.

이런 회전문 관행은 저축은행뿐 아니라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부문이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심지어 들어보지도 못한 조그만 산하단체에 까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최근 1년간 130명 퇴직 고위공직자의 퇴직 전 직무와 취업한 업체를 대조한 결과 81명(62%)이 퇴직 전 부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업체에 재취업했다.

최소 44명(34%)은 퇴직 전 업무와 업무연관성이 밀접한 영리사기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분석했다.

차관급은 은퇴 후 공기업 사장 3년·민간금융회사 사장 3년·금융회사 고문 3년 등 9년은 노후가 보장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관예우는 금융당국만이 아니라 법조 세무 국방 일반공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질타했다.

급기야 정부도 공직자가 퇴직 후 1년간은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주는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공직자 윤리법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퇴직 공직자가 아예 로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선진국과는 달리 알선·청탁 행위 제한만 포함했을 뿐 아니라 처벌 규정도 없다.

또 현직 공직자가 로비 시도를 받으면 보고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도 빠져 있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점에서 보완해야할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고위 공무원들이 로펌이나 회계법인으로 가서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이헌 공동대표는 “전관예우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양심의 문제”라며 “이제 가치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고위 관료의 재취업을 고리로 사회 각분야에 불법과 부패로 얽히면서 우리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선진국 진입도 요원하다는 점에서 전관예우 관행이 시급히 개선돼야 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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