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지구 택지를 원형지로 준다고 해도 5~10년 걸리는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건설사가 없을 것입니다.”
정부가 자금난으로 보금자리사업 추진 여력이 없는 LH를 대신해 건설사에게 보금자리지구 원형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건설사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보금자리지구 원형지를 공급받는다고 하더라도 투자비 회수기간 등이 길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국토해양부가 최근 건설사들에게 보금자리주택 원형지 개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방침에 대해 "수익성 등의 기반이 약해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보금자리주택 원형지 공급이란 토지 보상 이전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시행자와 건설사가 택지 공급을 미리 약정하는 것으로, 도로·하수도 등 기반시설은 사업시행자가 맡고 건설사는 부지조성 공사를 하지 않은 미개발 상태의 토지를 공급받는 것을 말한다.
현재 보금자리지구에서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과 60∼85㎡ 중소형 택지는 민간에게 공급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보금자리 지구내 전체 공급물량의 약 25%는 민간 아파트로 분양된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건설사들이 저렴한 가격에 보금자리지구 토지를 구입해 분양한다면 수익성 등이 높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보금자리지구 사업을 위해 원형지를 공급받는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낮아 매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투자비 회수기간이 오래 걸리는 보금자리 사업 자체가 매력이 없는 상황에서 원형지 조성기간과 비용 등이 더해진다면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인 것.
건설사 한 관계자는 "주택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5~10년씩 걸리는 사업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 며 "특히 원형지를 매입할 경우 부채로 잡혀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투자 가치가 좋은 땅을 LH가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LH가 수익성이 낮은 원형지만을 골라 건설사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대형건설사 택지 구매부서 한 관계자는 "원형지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감정평가사가 평가한 가격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 LH가 이윤까지 덧붙여 공급한다면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금자리주택 원형지는 수익성이 관건인데 빚더미에 앉아있는 LH가 돈되는 땅은 자신들이 맡고 돈이 되지 않는 땅만 골라 민간건설사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