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의 유래는 1910년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오른다. 전주 서문 근처에서 행상을 하던 일본인들이 중앙동 일대로 진출하고 상권을 차지하게 되자 이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한옥마을이 만들어졌다.
한옥마을을 그저 기와집들의 집단지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각종 전시시설과 박물관, 체험관 등이 있어 꼼꼼히 돌아보려면 하루가 족히 걸린다.
경기전 정문 앞에는 하마비가 있다. 하마비에는 “지차개하마 잡인무득입(至此皆下馬 雜人毋得入)”이라고 쓰여 있다. ‘이곳에 이르는 자는 계급의 높고 낮음, 신분의 귀천을 떠나 모두 말에서 내리고 잡인들은 출입을 금한다’는 뜻이다.
경기전 뒤로는 교동아트센터와 최명희문학관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교동아트센터는 갤러리와 세미나실 등을 갖춘 2층짜리 아담한 건물인데 각종 예술 관련 행사와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예술인들이 직접 들어와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최명희문학관은 <혼불>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 최명희(1947~1998)를 기념하고 있는 곳. 그의 육필 원고를 비롯해 작가의 다양한 유품을 전시하고 있어 1년 내내 문학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옥마을에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많이 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은 호남 유일의 전통술 전문박물관으로 향토주를 마셔보고 살 수 있는 곳이다. 술박물관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은 양반집에 하룻밤 머물며 공예와 다례 등 전통생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전국에 숙박시설로 활용되는 수많은 고택이 있지만, 규모나 시설 면에서 으뜸인 곳은 전주한옥마을이다.
한옥생활체험관 외에도 마지막 황손 이석이 살고 있는 승광재를 비롯해 동락원, 학인당, 아세헌 등 모두 9곳에서 한옥숙박체험을 해볼 수 있다. 한옥마을이 초행이라면 경기전 앞이나 한국전통공예전시관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러 한옥마을 안내지도를 받아 두는 것이 좋을 듯.
옹기종기 처마를 맞댄 한옥마을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오목대에 올라보자. 전주공예품전시관 맞은편으로 난 나무계단을 따라 10여 분 오르면 된다. 이성계가 고려말 우왕 6년(1380년) 남원 황산에서 왜적을 무찌르고 돌아가던 중 자신의 조상인 목조가 살았던 이곳에 들러 종친들을 모아 잔치를 벌였던 곳이다. 이곳에서 이성계는 한나라 유방의 시를 읊으며 나라를 세우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고 한다.
경기전 맞은편에 전주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재인 풍남문이 있다. 고려 공양왕 때인 1389년 처음 창건되었는데 당시 전주부성을 쌓으면서 4대문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졌다.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남대문과 같은 형태적 특징을 보인다. 1905년에 동, 서, 북문은 철거되고 남문만이 남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풍남문은 선조 30년(1597년) 모두 불타버렸는데 현재의 모습은 1978년에 복원한 것이다. 보물 제308호다.
구한 말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극심하던 때, 전주는 호남 지역의 천주교도들의 중심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탄압으로 피를 흘렸던 역사의 중심에서 전동성당은 한국 최초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윤지충과 권상연을 기리기 위해 이들이 피를 흘린 순교터에 세워졌다. 한때 영화 ‘편지’의 촬영 무대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전주는 조선시대부터 한지 생산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교통이 편리하고 한지의 원재료인 닥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경상도와 함께 한지의 70%이상을 생산했다고 한다. 전주한지박물관은 한지공예품과 한지제작도구, 고문서, 고서적 등 한지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한지제작 체험도 즐길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또한 다양한 주제로 한지 관련 특별전을 열고 있어 방문해볼 만하다.
전주는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대표음식이라면 단연 비빔밥. 비빔밥은 전주와 진주, 해주의 그것이 유명한데 이 중에서도 전주비빔밥은 한 단계 높은 자리를 차지해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놋쇠 대접에 담긴 흰밥과 그 위에 그림처럼 올려진 선홍빛 육회, 아삭한 콩나물, 얌전하게 부친 황백지단과 치자 물들인 등을 보고 있노라면 비비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콩나물과 밥을 넣고 갖은 양념을 곁들인 전주콩나물국밥은 담백하고 얼큰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특징. 애주가들의 해장거리로 사랑받고 있다. 또 콩나물국밥과 함께 곁들여 마시는 모주는 막걸리와 한약재, 흑설탕을 넣고 끓여 텁텁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낸다. 남부시장 근처에 콩나물국밥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