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재정건전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면서 재정건전성이 벼랑 끝에 선 모습이다. 국가부도는 결코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올 초 개편한 통계방식으로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함한 국가채무는 무려 5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가채무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증, 이미 이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10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재정건전성은 이미 ‘비상등’이 켜진 상태며, ‘대한민국=빚 공화국’이란 수식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00년 111조2000억원으로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2004년 203조7000억원, 2005년 274조9000억원, 2006년 282조7000억원, 2007년 299조2000억원, 2008년 309조원, 2009년 359조6000억원, 2010년 392조800억원 등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국가채무 규모는 국가채무 통계를 작성한 지 12년 만에 최고치로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4.8%를 차지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당시 국가 채무를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의 300조원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출범 3년만에 이미 100조원 가량 초과했다. 내년 국가채무는 436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라빚에 대한 이자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국가채무에 따른 이자비용은 2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20조원보다 15%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정부 등은 예상하고 있다. 이자비용은 2007년 13조원, 2008년 13조4000억원, 2009년 14조4000억원 등 불과 5년만에 2배로 껑충 뛰었다.
대외채무도 3년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며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말 현재 대외채무 잔액은 3819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219억달러 늘었다. 2008년 1분기 248억달러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정부가 재정통계를 개편한 후 국가채무 규모다. 정부는 지난 2월 회계기준을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변경했다. 개편한 통계방식을 적용할 경우 지난해 국가채무는 100여개 공공기관의 부채 약 100조원을 더한 500조원에 육박한다.
그나마 통계방식 개편에서 논란이 됐던 100조원 규모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125조4692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제외한 규모다.
이를 포함할 경우 국가채무도 GDP 대비 60% 수준으로 급등하게 되고, 재정건전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국가부도를 맞이한 국가들의 절반 이상이 국가채무가 GDP 대비 40% 이상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국가부도를 ‘다는 나라 얘기’라고 넘길 상황이 아니다.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공공기관 부채 역시 골칫거리다.
국민연금과 LH등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부채는 2004년 88조4380억원에서 2009년 213조2042억원, 2010년에는 347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중 LH 125조원, 수자원공사 8조원, 한국전력 22조원등 이들 부채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심지어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국가채무에는 국가 직접채무·보증채무·4대 공적연금·책임준비금 부족액·통화안정증권 잔액, 공기업 부채를 포함시켜야 하며, 그 경우 ‘사실상의 국가채무’는 1637조원이라고까지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급속한 고령화로 오는 2050년 국가채무가 GDP의 무려 141%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는 물론 2조5000억원이 필요한 반값 등록금·4대강·과학비즈니스벨트·새만금방조제 등 넘쳐나는 포퓰리즘 정책들이 재정건전성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그리스가 1980년대부터 포퓰리즘적 정책이 이어지면서 국가채무 비율이 125%로 급증했고, 결국 국가부도 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은 한번 악화되면 다시 회복시키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새 경제팀은 우선 선심성 정책 차단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