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을 중심으로 중국이 장족이라 부르는 티베트인들과 천오백여 명의 승려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덕분에 티베트에 가지 않고도 티베트를 느낄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고 방문객이 어느 정도 모이자 안내를 맡은 장족스님이 열쇠꾸러미를 들고 나오셨다. 스님에 따르면 라부렁스는 1709년 청나라 강희 48년에 처음 건설되기 시작했단다. 현재까지 6개 승가학교, 48개 불전, 500여 개의 승려숙소와 학당이 남아 있는 ‘세계 최대의 티베트 불교학원’이라고 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짙게 밴 야크 버터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어두침침한 내부에 화려한 티베트 금불상이 가득하다. 때마침 사원에서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동자스님부터 할아버지 스님까지 중얼중얼 불경을 읊조리는 소리가 낮게 울려 퍼진다. 장단에 맞춰 고개를 살짝살짝 좌우로 흔드는 동자스님. 새처럼 입을 좍좍 벌리며 열중한 모습이 내 눈에는 그저 해맑은 어린아이 같다.
이곳의 스님들은 성직자라는 신분 외에 다양한 일에 종사한단다. 집중적으로 학문만 연구하는 스님부터 전문적으로 탕카만 그리는 스님, 조각이나 인쇄를 전문으로 하는 스님, 티베트 전통의학에 종사하는 스님과 악기연주가 전공인 스님까지. 사원에도 우리와 사회가 존재한다.
수유화관에는 화려한 색채로 물들인 야크버터를 이용해 만든 조형물들이 있다. 매년 음력 섣달에 대회를 개최하고 입상한 작품 중 선별하여 1년간 전시한다. 버터로 이렇게나 화려하고 섬세한 불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것은 오직 티베트 문화권에서만 볼 수 있는 예술작품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들어간 사원에서도 수업이 한창이었다. 입구에 장화처럼 생긴 신발들이 열을 딱딱 춰 서있는 게 아주 인상적이다.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모양이 전부 똑같다. 나이키, 아디다스, 프로스펙스 같은 상표가 붙은 것도 아닌데 스님들은 자신의 신발을 한눈에 딱 알아볼까? 호기심은 금세 풀렸다.
수업이 끝나자 스님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져 나오더니 한치 망설임 없이 각자의 신발을 찾아 신는 것이다. 사실 너무 똑같이 생겨서 뒤바뀐다고 큰일이 날 것 같지는 않다. 이때 허겁지겁 사원에서 뛰어나온 한 노스님이 허겁지겁 신발을 신고 사원의 앞마당에 풀썩 주저앉으셨다. 무엇이 저리도 급하신가 했더니…. 아이고 망측해라! 노스님이 사원 앞마당에서 버젓이 일을 보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여자처럼 앉아서. 사원 밖은 곧 노천 화장실이었다. 해괴하고 망측한 행동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배설행위였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는 방문객을 개의치 않았다.
겔룩파의 6대 사원 중 간덴사원을 제외한 5곳 사원에 가보았지만, 라브렁스 만큼 다양한 연령층의 많은 스님을 만나진 못했다. 거리와 골목에서 마을과 사원에서 쉽게 마주치는 스님들 덕분에 나는 샤허가 좋다. 그들에게서 티베트보다 더 진한 진짜 티베트 향기가 난다.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수행이 곧 일상인 스님들과 나의 일상이 다를 게 없다는 데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