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된 지 2년이 흘렀다. 한때 폐족(廢族)을 자처했던 친노 인사들은 그의 죽음을 변곡점으로 정치일선에 복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환멸을 느꼈던 대중은 그들의 재등장에 용서로 화답했다. 6.2 지방선거가 여권 참패로 이어진 원인이다.
그들이 23일 다시 김해 봉하마을로 집결했다. 입고 있는 ‘옷’(문재인·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시민주권 대표, 김두관·경남지사, 안희정·충남지사, 유시민·국민참여당 대표 등)은 저마다 달라졌지만 노무현 정신을 현실정치에서 실현시켜 나가겠다는 다짐만은 일치했다. 야권의 한 축으로 올라선 그들의 면면은 차기 대선구도와도 직결된다.
김두관 지사는 7전8기 끝에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도백에 올랐다. 그는 “지역 패권주의란 장벽에 작은 파열구 하나를 냈을 뿐”이라며 겸손했지만 여권에선 가장 두려운 차기 대선주자로 그를 꼽는데 주저치 않는다. 특히 평생을 지역주의에 도전해 온 노 전 대통령과의 닮은꼴 행보는 그에게 ‘리틀 노무현’이란 애칭을 선물했다. 그가 부산·경남(PK) 대표주자로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선지형 자체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너서클과의 여전한 거리감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변수.
左희정·右광재 중 한 명인 안희정 지사 또한 충남 맹주로 올라서며 차차기 주자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진영 내 두터운 신망을 바탕으로 조타수 역할을 할 경우 친노그룹의 쏠림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는 지난 21일 “역사의 줄기는 정통성에 있다. 나뭇가지가 줄기 역할을 하면 나무가 자빠진다”며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정면 겨냥했다. 차기 대선에서 손 대표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손 대표와 함께 유력한 차기주자로 거론되던 유시민 참여당 대표는 4.27 김해 보선 참패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특히 야권단일후보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아집은 6.2 경기도지사 선거과정 및 결과와 맞물려 그에게 치명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자 강금원 회장이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다”며 직격탄을 날린 것도 그에겐 부담이다. 결국 등 돌린 친노 인사 및 시민사회와의 구원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미래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친노의 좌장으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특히 문 이사장의 경우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대망론’의 주인공으로 등장, 야권 내 제3후보로 거론되며 영향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일단 흩어졌던 친노 그룹을 ‘시민주권’이란 한 틀로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선 본인의 구상(서울·한명숙, 경기·유시민, 부산·김정길, 경남·김두관, 충남·안희정, 강원·이광재)을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의 지원 속에 실현시키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여전히 친노의 ‘대모’이자 ‘큰 누님’이지만 재판에 묶여있다는 게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