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T기업 '어제의 적도 오늘은 동지'

입력 2011-05-18 11:14 수정 2011-05-1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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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IT기업 '뭉쳐야산다']삼성-애플 '애증'…구글에 밀린 MS "모두 나에게 오라"

미국 시각으로 지난 10일 오전, 전 세계 IT개발자 5500여명이 운집한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 컨벤션센터에서 뜻하지 않게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진다. ‘로봇(안드로보이)이 사과를 먹는 형상’을 한 그림이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 것.로봇은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이고, 사과는 애플을 상징한다.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인 구글은 이날 개최된 개발자 컨퍼런스(Google IO)에서 애플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 전투를 위해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소니에릭슨· 버라이즌·보다폰 등 10개 파트너 업체와 '연합군'을 구성했다. 구글 주도로 특정 10개 업체가 연합군단을 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빅 군도트라 구글 수석부사장이 '구글개발자컨퍼런스'에서 "안드로이드의 새 로고를 공개한다"며 기존 마스코트인 로봇이 사과(애플)을 먹어치우는 그림을 소개했다. 그는 연설이 끝난 뒤 "진짜 로고는 아니고 재미로 만들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어제의 적도 오늘은 아군이 될 수 있다 ‘과감한 적과의 동침’

글로벌 IT업계에서 경쟁력을 높이면서 살아남기 위한 필생 전략으로 다자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스트폰으로 촉발된 IT전쟁이 인터넷과 모바일시장을 빠르게 재편시키면서 각 영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IT업체간의 합종연횡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인 구글의 세계 제패 전략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새로운 운영체제 '크롬'을 장착한 신개념 노트북을 생산했다. 세계 PC업계를 20년간 지배해 온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에 맞서 연합전선을 구축해온 두 회사가 이번엔 MS를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MS는 야후와 페이스북과 손잡고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탈(脫) 구글을 외치고 있다. 글로벌 IT시장이 구글과 애플로 양분되고 있는 시장 판도를 뒤집기 위해서다. MS는 미국 포털시장 1위인 야후에 자사 처음으로 개발한 검색엔진 ‘빙’을 적용함으로써 검색 시장에서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은 협력관계이면서 최대 맞수기도 하다. 특히 최근 벌어진 소송전 외에 삼성이 구글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관계가 더욱 껄끄러워 졌다.

숙명의 라이벌인 양사는 올 하반기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신제품을 내놓고 벼랑 끝 한 판 승부를 펼치 태세다.

이처럼 글로벌 IT기업들은 시장영역에 따라 때로는 적이면서 때로는 동지 관계로 얽혀 있다. 기업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동맹의 경쟁력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시대가 도래 했음을 의미한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해소되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은 위기 이후 새롭게 바뀐 시장 판도를 장악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한국도 기업 간 제휴나 M&A를 문어발 확장으로 인식하지 말고 자신의 역향에 맞춰 빈곳을 채우는 수단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이통사, 끊임없는 합종연횡

국내 이동통신사를 포함한 전세계 이통사들이 애플과 구글에 빼앗긴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차별화된 콘텐츠로 되찾겠다는 공동의 목표 앞에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SK텔레콤은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모바일게임 등의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협력키로 했다. 양사는 SK텔레콤의 앱스토어인 T스토어가 보유한 게임 콘텐츠를 공유하고 관련 기술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SK텔레콤은 KDDI와 소프트뱅크와도 지난해부터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 부문에서 협력해왔다.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에서 쓰던 휴대폰로도 얼마든지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KT도 지난 2월 일본 NTT도코모와 양국에서 통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추진키로 했다. NTT도코모ㆍ차이나모바일과 오는 8월 공동 앱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이처럼 이동통신사들이 국경을 뛰어넘어 손을 잡는 이유는 애플과 구글에 단말기뿐 아니라 콘텐츠 등 이동통신사 고유의 영역까지 침범 당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ㆍ아이패드의 공급 가격과 물량뿐만 아니라 마케팅, 애프터서비스(AS)까지 간섭할 만큼 입김이 거세다. 전세계 모든 국가에 '애플 스타일'의 아이폰 광고가 방송된다거나 리퍼폰(중고 부품을 모아 재조립한 기기)으로 대표되는 애플식 AS정책이 관철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모바일 운영체제의 후발주자들이 제조사와 합종연횡을 모색하거나 새로운 버전을 발표하면서 선발주자인 애플과 구글에 대한 맹추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미고의 컨퍼런스에 참여키로 해 미고 OS 탑재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미고는 오픈소스인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로 지난해 인텔과 노키아가 공동개발하며 주목을 받았다.

노키아와 제휴한 MS는 오는 24일 미국 뉴욕에서 새로운 OS인 '윈도폰7.5'를 공식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코드명 '망고(MANGO)'로 알려졌던 윈도폰7.5는 모바일용 익스플로러9과 멀티태스킹 기능을 갖췄으며 음악인식 기능과 카메라의 바코드 인식, 증강현실, 빙 맵(map), 음성필기전환 메시징 등 신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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