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2시, 노란색 풍선으로 온통 장식된 인사동 서울미술관.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는 함성과 함께 수백개 노란색 종이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노무현 재단이 주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전시회(부제: 바보 노무현을 만나다)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였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및 참여정부 시절 한명숙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변양균 전 정책실장, 유인태 전 정무수석 등이 모였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노란색 치마와 귀걸이 차림으로 왔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이재정 전 대표가 자리했다.
손 대표는 종이비행기를 손에 든 채 “오늘 전시회 개막식에서 수수하고 소탈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느낌이 난다”며 “우리 사회의 변화의 바람은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인 ‘사람을 다시 찾자’는 것”이라고 제일 먼저 축사에 나섰다.
손 대표는 “(지난 4.27)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들이 민주당과 민주진보연대 에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이라며 “공은 민주진영에게 왔다. 사람 냄새나는 세상을 다시 찾도록 노력하자”며 전시회 의미를 부여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여기와서 다시 (사진 속의) 노 대통령에게 막걸리를 따르고. 자전거를 함께 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사람 사는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MB정부 정책 때문에 국민들이 힘들다”며 “4.27재보궐 선거는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MB정부 실정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야권이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야 국민들도 우리를 알아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실 때 다투지 마시고 다녀오시라고 했는데 끝내 그 천진난만함 때문에 그렇게 (운명을 달리하게) 되셨다”고 추억했다.
이 전 총리는 이어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긴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를 보면 중달이 누군지는 국민들도 다 알 것”이라며 “이제 총선과 대선까지 6개월 남았다. 인사동 전체가 추모장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이사장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현재 참여정부 시절을 성찰하는 책을 집필 중이며 5월 말이나 6월초 쯤 출판할 예정”이라며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그 시대를 제대로 증언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막식 후, 주요 인사들은 전시회장으로 입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공개 사진 21점을 비롯한 사진 70여점을 관람했다. 88년 13대 총선 출마부터 2002년 대선을 치를 때까지의 선거홍보물도 둘러봤다.
노 전 대통령이 부른 ‘상록수’가 전시회장 배경 음악으로 깔린 전시회장에는 △청와대 관저 마루턱에 질퍼덕 앉아 한 쪽 발에는 슬리퍼, 한 쪽 발에는 구두를 신은 채 신발 끈을 고쳐매는 모습 △대선 광고를 찍을 당시, NG가 나자 멋쩍어 하며 웃는 모습 △태풍 매미가 전국을 휩쓸고 갔을 때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초췌한 모습으로 상황보고를 받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이 새롭게 공개됐다.
사진을 감상하다 눈시울을 적시는 관람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명숙 이해찬 전 총리, 강금실 전 장관, 변양균 전 실장 등은 노 전 대통령의 영상을 보며 잠시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특히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이 총리는 2008년 퇴임 후 김해 봉하마을에서 관람객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대통령을 모습을 보며 “저렇게 노시면 되는데 왜 가셔가지고…”라며 애달파했다.
이번 전시회는 23일까지 열리며, 미공개 사진은 노무현 재단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