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는 7일 오후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미갤러리는 오리온그룹이 고급빌라 '청담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조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비자금 40억6000만원을 입금받아 미술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돈세탁'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이다.
검찰은 홍씨를 상대로 마크힐스 시행사인 E사에서 돈을 입금받은 경위와 돈의 출처, 성격, 쓰임새 등 자금 흐름과 관련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홍씨는 검찰에서 문제의 돈과 관련, "시행사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16억짜리 미술품 대금을 미리 받은 것으로 정상적인 거래 과정에서 오고 간 돈이며, 나머지 24억은 (흑석동 마크힐스 시행사인 M사 대표) 박모씨와의 개인적인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한 것일 뿐이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리온그룹 비자금에 대해서도 "나로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오리온그룹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의 거래 과정에 대해 관계자들의 진술에 차이가 나는 점에 주목, 홍씨를 포함한 관련자에 대한 대질 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홍씨가 그룹 측과 지난 10여년간 미술품 거래를 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거래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는지, 돈세탁을 통한 불법적인 자금 조성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검찰은 홍씨의 진술 내용을 검토한 뒤 보완조사를 거쳐 필요할 경우 재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2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받은 바 있다.
검찰은 또 오리온그룹에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I사 대표 김모씨와 시행사 E사 대표인 또 다른 김모씨도 최근 소환해 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사실 관계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I사는 2005년부터 3년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자택 바로 옆에 '해봉갤러리'라는 이름의 화랑을 운영하며 그룹의 비자금 조성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E사는 문제의 40억6천만원을 서미갤러리 계좌로 직접 입금한 업체다.
검찰은 서미갤러리 계좌 및 홍씨의 개인계좌를 추적해 돈의 출처와 용처를 파악하는 한편 비자금 조성을 배후에서 지휘한 것으로 의심받는 그룹 고위 임원 조모씨도 조만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오리온그룹은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40억원대의 횡령과 탈세, 미술품 위장 거래 등의 혐의가 포착돼 작년 8월 고발됐으며, 검찰은 지난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