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을 규명할 핵심 증거물인 고(故) 최욱경 화백의 저명한 그림 '학동마을'의 감정가가 최소 1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최윤수 부장검사)는 최근 한 유명 그림 감정기관으로부터 이러한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러한 감정가는 그림 로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2009년 말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매긴 800만~12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한 전 청장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그림을 선물로 주고받았다는 시기인 2007년 초 기준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감정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며 "다른 감정기관에 의뢰한 감정가가 나오면 이를 종합해 최종 감정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2007년 1월 측근인 장모씨를 시켜 서미갤러리에서 '학동마을'을 500만원에 구입한 뒤 인사청탁 명목으로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그림은 전씨의 부인이 이듬해 10월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부인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가인갤러리에 매각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진 뒤 행방이 묘연했으나, 최근 검찰이 그림을 압수해 보관 중인 사실이 새로 드러난 바 있다.
그림 감정가가 확인됨에 따라 그림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한씨의 지시로 그림을 직접 구입한 인물인 장씨와 그림을 주고받은 한씨, 전씨 등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을 조만간 다시 불러 그림의 정확한 성격과 대가성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한씨와 전씨는 지난번 조사에서 그림에 대해 "인사청탁 등 대가성 없는 단순한 선물이었다"고 입을 맞춘 듯 같은 진술을 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한씨가 학동마을을 입수한 경위를 다시 확인하고자 최 화백의 그림을 주로 전시하고 거래하던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국제갤러리를 최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림을 구입한 것이라는 애초 주장과 달리 한씨가 '국세청의 중수부'라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으로 있던 2004년 국제갤러리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그림을 상납받았다는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