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다시 워낭소리를 기다리며

입력 2011-03-08 11:17 수정 2011-03-0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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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발생 100일이 지났다. 정부는 최근 구제역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구제역이 발생된지 불과 100일 밖에 안 되지만 피해액과 우리 주변에 남긴 상처는 꽤 깊고 크다. 전국 11개 시·도 75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돼 돼지 331만9000두, 소 15만800두, 염소 7500두 등 모두 347만1000두의 가축이 매몰됐다. 피해액이 무려 3조원에 달한다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정부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민관군 합동으로 방역작업을 벌여 왔다. 지난 100일 동안 방역작업에 동원된 총 인력이 2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하루 2만명 이상씩 동원된 셈이다.

구제역 방역작업에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고생이 컸다. 지난 100일 동안 45만1000여명의 공무원이 구제역 방역작업에 투입됐으며 군인 31만6000여명, 경찰 14만2000여명, 소방공무원 28만2000여명, 민간인 89만1000여명 등이 구제역과의 전쟁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방역 공무원 8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이번 사상 초유의 구제역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안동지역 한우농장 주인이 구제역이 발생한 베트남 등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면서 구제역균이 묻어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해당 농장에서 베트남 출신 일꾼이 일해 왔던 점 등도 원인 규명이 고려 사항으로 꼽고 있다.문제는 어느 쪽에서 시작됐건 축산농가, 방역당국 모두 안이한 인식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만약 농장주들이 구제역이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을 막기위해 어떻게 방역을 하는지 사전 지식이 있었다면 구제역 발생 국가를 여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여행을 했어도 이번 처럼 안이하게 대처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관계당국의 허술한 대처도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원인이 됐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발생국가를 다녀오는 여행객에 대해 철저한 방역과 함께 관련 리스트를 DB화해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해야 했지만 안이한 인식과 허술한 관리체계로 구제역 발생 100일만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구제역은 사회·경제 전반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가축 매몰지의 악취와 침출수로 지방 농가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침출수로 인해 식수원이 오염될 경우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

구제역 여파는 요식업, 유가공업에서 부터 유통시장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 돼지 등 가축들이 대거 매몰되면서 육류 공급이 어렵게 되자, 식당들이 일제히 고깃값을 올리고 있다. 그 마저도 식자료를 구하지 못한 족발집 가게는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구제역으로 원유 생산이 줄어‘우유대란’도 우려되고 있다. 최근 모 유가공업체는 편의점업체에 우유 공급 물량을 60%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해 놓은 상태다.

많이 팔리지 않는 품목들의 경우 아예 공급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번주 부터 각급 학교가 개학함에 따라 학교, 군 등 단체급식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축산농가, 관계당국의 안이한 인식이 빚은 구제역 재앙은 이제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2000년 이후 2차례나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정부의 구제역 관련 제도는 아직도 구멍이 뚫려 있다.

최근 정부는 급하게 가축농가의 사육 마리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축산당국과 축산농가 모두가 대오각성(大悟覺醒)하고 농가에서 다시 워낭소리를 들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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