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간 영수회담 성사문제가 진통을 겪으면서 국정경색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여야 모두 영수회담이 성사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성사시기 등의 조건을 두고 기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당장 한나라당-청와대부터 불협화음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7일 여야 영수회담을 둘러싼 논란이 2월 국회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대로 영수회담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지난해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대통령 유감표명이 필요 없다는 전제 하에 “실무진이 대화를 해봐야 한다”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정치적 흥정으로 만드는 것을 제일 싫어하지 않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영수회담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야당대표가 만나 과거 독재정부시절에 정치현안을 주고받던 형식의 영수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큰 틀에서는 영수회담과 국회등원 문제를 분리시키기로 당론을 정했으나 성사시기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영수회담에 목맬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던져놓은 것(영수회담)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짓밟는 일로 앞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성의와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유감표명을 물밑으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도 영수회담 개최를 두고 손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간 파워게임으로 홍역을 치르는 상태다.
박 원대대표는 7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에게 어떤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회담해 달라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며 손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따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영수회담 개최 여부는 안갯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