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순의 일본이야기]일본의 설은 1월1일…세배문화는 없어

입력 2011-02-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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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큰 명절 설 연휴가 지나갔다. 올 해의 경우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근래 들어 가장 적은 수의 귀성인파가 이동했다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 떠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TV화면을 통해 볼 때면 시나브로 가슴이 훈훈해 진다. 세계에도 유래 없는 민족대이동이 일어나는 한국의 이웃나라 일본의 설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음력 1월1일을 공식적인 설로 지정한 반면 일본은 양력 1월1일을 설로 지정하고 있다. 메이지 유신 당시 조정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양력을 공식 역법으로 정했고, 이후 모든 일본의 휴일과 명절은 양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날짜는 양력으로 바뀌었지만 일본 역시 새해 첫 날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사람들도 설을 맞아 새 옷을 입고 정월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한 해 운수를 점치거나 전통 놀이를 즐기며 명절을 기념한다.

다만, 우리가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멥쌀로 만든 떡국을 먹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가까운 신사를 찾아 참배를 하고 오세치요리(御節料理)라는 다소 화려한 신년음식을 먹는다. 오세치요리는 건강, 부 등 각각의 의미가 담긴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조림 요리로 4단으로 구성된 찬합에 담아내는데, 그 준비과정이 매우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에는 가정에서 직접 만들기보다 상점에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하니 전통을 고수하기 보다는 편리를 추구하는 경향은 간소화 되어가는 우리의 차례 상에서도 보듯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비슷해 보이는 양국의 설 풍경 가운데에서 다른 것을 꼽으라면 단연 우리의 세배가 있다. 집안의 웃어른에게 한 해의 인사를 드리고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받는 풍습은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우리보다 이른 산업화와 함께 먼저 핵가족 사회를 맞이한 일본에서도 일가친지를 방문해 신년 인사를 하지만 숙박만큼은 인근의 호텔을 이용하는 특징이 있다.

근래에 등장한 일본 설의 진풍경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후쿠부쿠로(복주머니)다. 후쿠부쿠로는 속이 보이지 않는 쇼핑백에 실제가격 대비 적게는 한 배에서 많게는 서너 배에 달하는 금액의 상품을 담아 판매하는 말 그대로 복(행운)주머니이다. 주요 백화점을 비롯한 일본 전역의 크고 작은 상점들은 새해 첫날 영업소에 수많은 후쿠부쿠로를 준비하는데, 이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자신이 원하는 상점의 후쿠부쿠로를 구하기 위해 백화점 앞에서 전날부터 장사진을 치는 사람들은 기본에 속한다. 심지어 후쿠부쿠로의 소식을 접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때에 맞춰 일본을 방문한다고 하니 가히 그 인기가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연휴를 맞아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일본인들을 붙잡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고민 끝에 시작한 이 행사는 이제 일본인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까지도 매력적인 관광상품이 되었다. 후쿠부쿠로는 우리들에게도 해를 거듭할수록 명절에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썰렁한 도심을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하는 하나의 좋은 예시가 되지는 않을까.

(주)비코티에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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