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함을 지향하는 시대 트렌드에 밀려 한복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복 한번 장만하자면 수십만원 넘게 호가해 경기불황으로 선뜻 손이가지 않는 것도 이유다, 하지만 오랜만에 고향 식구들과 친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명절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한복 차림만한 것도 없다. 어느 집이나 결혼식 때 맞춘 한복 한 두벌씩은 구비돼 있고 아이들도 명절에는 시장이나 대형마트서 구입해 갖고는 있다.
하지만 명절 때마다 장록 깊숙한 곳에서 한복을 꺼내 입거나 때마다 구입해 입히지만 왠지 어색할 수 있다. 설을 맞아 한복 고르는 단계서부터 맴시있게 입는 법까지 한복에 트렌드를 입혀보자.
◇한복, 바느질·원단·색상이 기본=한복을 고를 때의 기본은 뭐니뭐니 해도 바느질이 기본이다. 한복의 질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은 얼마나 꼼꼼하게 한복에 맞게 바느질을 했느냐에 달렸는데 가격을 떠나 바느질 만큼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그 다음이 원단과 재질이다.
한복업체 아라가야의 이나경 디자이너는 “요즘 시장에서 파는 옷이나 중국에서도 한복을 들여오는데 바느질이 엉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바느질만 잘된 옷을 자신에 맞는 색상이나 원단 등에 따라 한복의 질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우리 옷은 서양 옷과 달라서 입체재단이 아니라 평면재단이라 바느질이 잘못돼 있으면 치마 밑단이 울거나 저고리 깃모양이 안나오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복 하면 비단을 떠올리지만 요즘 시중에는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재질의 한복이 많다. 소비자들은 폴리에스테르와 실크 구별을 잘 하지 못하는데, 꼭 재질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폴리에스테르는 정전기가 많이 일지만, 자연섬유 내복을 입으면 정전기를 예방할 수 있다.
자신의 체형에 따라 한복을 골라야 맵시있게 옷을 입을 수 있다. 여름옷 겨울옷에 따라 다르지만 여자들의 경우 키가 큰 사람이면 저고리를 조금 길게 하고 깃은 높아야 한다.고름을 맬 때 조금 길어야 스타일이 산다. 반면 키가 작은 사람은 저고리를 조금 짧게해야 키가 커보인다.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다리가 긴데 저고리가 짧으면 모양새가 나오지 않는다. 이나경 디자이너는 “키가 작은 사람은 저고리로 체형을 커버해야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면서 체형별로 한복을 신중히 고를 것을 강조했다.
◇한복 맵시, 포인트를 살려라=한복의 선의 미학이라 할 정도로 고유의 선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먼저 한복의 은은한 자태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속옷부터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한다.
여성은 짧은 속바지를 입고 버선 목까지 오는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 특히 올해 같은 한파를 견디기 위해서는 보온을 생각해 솜 누빔 처리를 한 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복을 입을 때 브래지어를 하는 여성이 있는데 한복을 입을 때 자연스런 굴곡이 나오도록 착용하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치마는 오른쪽 치맛자락이 왼쪽으로 오도록 감아서 앞쪽에서 묶어주고, 속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저고리를 입어야 한다. 저고리의 동정니가 벌어지지 않도록 잘 맞추고, 어깨 솔기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잡아당겨야 맵시있게 입을 수 있다.
주부들이 한복을 입을 때 실제보다 나이가 들어보이거나 뚱뚱보일까봐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복은 신체의 약점을 감추는 데 용이한 옷 중 하나다. 대부분의 옷이 그렇듯이 한복 역시 어두운 색상을 택해야 더 날씬해 보인다. 위아래 모두 어두운 색상을 입으면 나이가 더 들어보일 수 있으니 같은 계열로 상의가 하의보다 한 두 단계 밝은 색상을 택하면 더 날씬해 보인다. 특히 저고리 깃을 길게 입으면 목선이 길고 얼굴이 갸름해지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마른 체형이라면 치마는 촘촘하게 주름이 잡힌 것이 좋고 저고리나 치마에 커다란 자수 무늬가 가미되거나 화려한 색상이라면 더 넉넉하게 보일 수 있다.
남성들은 내의를 입고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키에 따라서 저고리를 길고 짧게 입어야 하며, 색깔에 따라 자신의 체형을 커버할 수 있다. 다리가 긴데 저고리가 짧으면 모양새가 안나온다.
외출시 남성들은 마고자 위에 두루마기까지 걸치는 것이 완성된 한복입기지만 여의치 않다면 저고리를 겉옷으로 변형시키면 된다. 길이를 조금 늘린다든지 하면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