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어떤 것들을 버리는 날이기도 하다. 1월 1일은 첫날부터 게으름을 피우게 하는 날이기도 하다. 1월 1일은 참 묘한 날이다. 많은 결심을 하게 하지만 또 많은 결심을 무너뜨리는 날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1월 1일은 언제나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이기도 하다.
늦은 시간이면서도 늦지 않은 시간. 그래서 1월에 보는 일출은 언제나 묘한 감정을 가져다 준다. 지난 1월 1일 경험하지 못했다면 다시 돌아오는 1월 1일에 다시 시도하면 된다. 아니 지금 이 순간도 이르지 않고, 늦지 않다. 조금 추우면 어떤가. 다시 보는 일출이라도 행복하기만 하리라. 이번 일출여행은 조금 오붓하게 떠나자. 연인끼리라도 좋고 가족끼리라도 좋다. 칼바람이면 어떠리.
남해와 동해의 신성한 기운을 충전하는 바닷길
거제도 남단의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은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장엄한 일출, 환상적인 일몰의 풍경까지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여차마을에서 홍포항 입구까지의 거리는 고작해야 4km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곳에는 아직 비포장길이 남아있어 걷기를 좋아하는 여행객들, 자전거를 사랑하는 동호인들, 이 땅의 비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디카족들의 발길이 사시사철 이어진다.
마침 그 바다에는 대병대도, 소병대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어유도, 가왕도, 가익도, 국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보석처럼 박혀있어 조망의 즐거움을 가득 선사한다. 여차~홍포 해안도로에서 일출, 일몰을 감상하거나 드라이브를 즐긴 다음에는 거제도 동부의 해금강, 바람의 언덕, 학동,구조라, 와현해변, 서이말등대 등을 여행하거나 서부의 거제만 해안을 드라이브한 뒤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청마기념관, 산방산비원 등을 방문하면 알찬 거제도 여행이 된다.
도리포 해안도로
붉은 태양, 파릇한 들녘, 검은 갯벌과 만나다
전남 무안군은 생태보존이 잘 된 기름진 갯벌과 게르마늄이 풍부한 황토밭, 220km의 긴 리아스식 해안을 가진 고장이다. 바다를 향해 튀어나간 해제반도가 있어 서해안에서도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것이 장점.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1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들이 찾아가는 곳은 해제반도가 함평군을 향해 한껏 팔을 뻗은 도리포이다. 도리포의 해는 겨울엔 함평군 쪽의 바다에서, 여름엔 영광군 쪽의 산에서 솟는다.
포구 끝에 바다를 향해 서있는 팔각정이 일출 포인트. 붉은 기운 흠뻑 머금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어선들과 어우러진 일출이 멋스럽다. 도리포 포구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무안 갯벌과 어우러진 황토밭을 만난다. 북쪽의 들녘이 겨울 추위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과 달리, 무안의 들녘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돋아난 양파 싹으로 파릇파릇하다.
고성의 낭만가도
명품바다, 천혜절경과 함께 달리다
기암괴석과 천혜의 절경이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 강원도 고성에는 명품바다가 펼쳐져 있다. 아야진항에 자리한 아름다운 정자, 청간정과 천학정에서는 마음까지 붉게 타버릴 것 같은 일출이 숨 막히고, 금빛으로 물드는 거진항의 일몰은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린다.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김일성 별장에서는 화진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이승만 대통령 별장에서는 단아하면서도 황홀한 또 하나의 화진포가 반긴다.
조금 더 오르면 초도항, 대진항이 이어진다. 아침이면 밤새 잡은 수산물을 실은 어선들이 들어와 북적이고, 싱싱한 활어를 싼값에 구입해 즉석에서 맛보려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대진등대에서는 해사하고 청초한 모습의 대진항을 발아래 놓을 수 있고, 천년 고찰 건봉사에 들르면 세계적으로 희귀한 석가모니의 진신치아사리를 친견할 수 있다. 제철을 맞은 도루묵, 양미리, 도치 등 산해진미가 상에 오르니 고성의 동해 바다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해운대 달맞이길
해맞이와 달맞이에 취한 명품 드라이브 길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까지 8km의 달맞이길은 해맞이와 달맞이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명품 드라이브 길이다. 바다와 송림 그리고 갤러리와 카페들이 어우러져 '동양의 몽마르뜨 언덕'으로 불리고 있다. 햇볕을 쬐는 ‘선탠로드’와 달리 달빛을 받으며 걷는 솔숲길인 ‘문탠로드(Moontan Road)’가 최근에 길을 열었는데 달 모양의 조명이 숲을 밝히고 있어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해마루 전망대에는 망망대해 위로 떠오르는 해가 장관이고, 그 너머로 은빛 백사장을 품고 있는 송정 해수욕장이 부드러운 해안선을 그려내고 있다. 송림과 대숲이 무성한 죽도공원이 섬처럼 솟아 있으며, 송일정에 올라서면 탁 트인 바다 전경이 펼쳐져 묵은 잡념을 떨쳐버리기에 그만이다. 특히 정자와 등대를 배경으로 한 일출과 월출이 장관이어서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