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전셋값에 한번, 돈없으면 월세로 돌려달란 말에 또 한번 착잡해 집니다.”
2009년부터 중계동 대림벽산아파트(168㎡형)에 전세(3억2500만원)로 살아온 전민호(38)씨는 요사이 밤잠을 못이룬다. 이달 전세 계약이 만료돼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무려 9000만원이나 올려달라 해서다. 더군다나 집주인은 이 전세금을 매달 70만원씩 월세로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전씨는 “집사람과 백방으로 전셋집을 찾아 다녔지만, 전세물건 자체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 70만원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 씨의 사례아 같이 올린 전세금을 월세로 내는 ‘보증부 월세’(반전세·반월세) 계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보증부 월세 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 수도권의 경우 지난달 37.2%로 전년 동월에 비해 1.1%포인트 늘었으며 6대 광역시는 46.9%로 4.2%포인트 많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서울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등과 같이 전세값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반포자이 아파트 232㎡의 전세금은 현재 12억원을 웃돌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09년의 5억9000만원 선에서 2년 사이에 무려 6억원 이상 껑충 뛴 것이다.
2009년 초 당시 역전세난 상황에서 주변에 비해 크게 낮았던 전세금이 최근 전세난과 맞물리면서 하늘높은 줄 모르게 치솟자, 반전세·반월세 계약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계동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요즘 반전세·반월세 계약이 엄청 늘었다. 돈(오른 전셋값)은 받아야겠고 추가로 받은 돈을 은행에 묶어 놓자니 이자는 싸고, 차라리 전세금을 월세로 계산해 받는 게 훨씬 남는 장사이다 보니 집주인들이 반전세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반전세·반월세 현상은 강남을 넘어 강북, 수도권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에서 시작된 반전세 현상이 강북, 분당, 용인으로 확산된 데 이어 최근엔 의왕, 광명, 안양에 이르기까지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해결책이 시급한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과 이에 따른 반전세 확산의 해결책으로 매매시장 활성화를 꼽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DTI 면제를 연장하고, 다주택자 중과제를 폐지해 임대 시장의 활성화를 모색해야 부동산 시장에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집을 살 수 있는 자금력이 있지만 관망중인 수요자들을 매매 수요로 전환할 수 있는 유도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세제 조정 등으로 매물 자체가 부족한 시장에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