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그 총명하던 머리는 온데간데없고 ‘깜박깜박’한다. 현관문을 잠그고 뒤 돌아서자마자 ‘혹시 가스밸브는 잠궜을까?’ 하고 다시 문을 연다. 어느 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가 방금 했던 일도 기억해 내지 못해 속으로 깜짝 놀라곤 하는 현대인.
대개 이를 건망증(健忘症)이라고 한다. 건망증은 경험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어느 일정 기간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또는 드문드문 기억하는 장애다. 이것이 심해지면 중증으로 한 계단 올라가는데 이는 치매(癡?). 정상적인 정신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를 말한다. 대뇌 신경 세포의 손상 따위로 말미암아 지능, 의지, 기억 따위가 지속적·본질적으로 상실된 경우다. 치매는 노인에게서 가장 흔히 볼 수 있고 방금 기억했던 것을 되새겨 떠올리지 못하는 건망증으로 시작된다.
실제로 골프장에서 있었던 일. 강북의 S골프장. 라커가 프런트 아래층에 있다. 한 신사가 옷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아뿔사~’ 넥타이까지 매고 바지를 입지 않았던 것. 다행이 여직원이 없었다. 큰 일 날 뻔 했다. 이후 그 골퍼는 이 골프장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헤드업’을 하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도 헤드업 한다. 이는 건망증일까, 치매일까.
‘크게 한번 웃자’고 만든 골프장에서 떠도는 치매 증상을 단계별로 알아본다.
▲초기
1.그늘집이나 클럽하우스,락카룸에 모자를 놓고 다니다가 어디에 놓았는지 모른다. 2.화장실을 남녀 구별 못하고 들어간다. 3.라커룸 번호를 까먹는다. 4.타순을 잊어먹는다. 5.몇 타 쳤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6.“왼쪽 맞지?”하고 소리치면서 오른쪽으로 퍼팅한다. 7.120야드 파3홀에서 드라이버를 꺼내든다. 8.엉뚱한 깃대를 향해 온 그린을 시도한다. 9.세컨드 샷에서 다른 사람의 볼을 친다. 10.다른 사람의 캐디백에서 클럽을 꺼내든다. 11.장갑을 끼고 “캐디보고 내 장갑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12.종종 캐디백과 옷가방을 골프장에 두고 온다. 13.골프 끝나고 다른 사람 차를 타고 오면서 자기의 운전기사에게는 먼저 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14. 퍼터를 그늘집에 들고 들어가 식사하고 그냥 놓고 나온다. 15. 전자식 라카 번호를 기억 못해 다시 확인하러 프런트로 간다. 16.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홀이 몇 홀째인지 모른다.
▲중기
1. 프런트에서 회원인데 비회원란에다 이름을 쓴다. 2. 그늘 집에서 오리 알을 달걀이라고 우긴다. 3. 주중에 운동하면서 “주말 날씨 참 좋다”고 말한다. 4. 신안CC에 와서 “신원CC 아니냐”고 묻는다. 5. ‘두발용(頭髮用)’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두발(足)에다 바른다. 6. 헤어 크림을 얼굴에 바른다. 7. 다른 사람 팬티를 입고 나온다. 8. 분실물 보관함에 있는 것을 보고 가격이 얼마냐고 묻는다. 9. 드라이버 대신에 우산을 꺼내 들고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간다. 10. 목욕탕에서 직원에게 때 밀어 달라고 한다. 11. 뒤 팀의 골프가방에 자기 퍼터를 집어 넣는다. 12. 자신이 친 볼의 브랜드를 몰라 다른 사람 볼을 자기 것이라고 우긴다. 13. 동반자들이 치는 동안 굿샷을 외치다가 자신은 티 샷도 안 하고 페어웨이로 걸어간다.
▲말기
1.그린에서 홀 아웃한 뒤 퍼터를 놓고 재신 깃대를 들고 다음 홀로 이동한다. 2.캐디보고 ‘여보’라고 부른다. 3.골프 치고 돌아온 날 저녁에 아내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4. 손에 볼을 들고서 캐디에게 내 볼을 달라고 한다. 5. 카트를 타면 라디오 틀어달라고 한다. 6. 벙커샷을 한 뒤에 샌드웨지 대신 고무래를 들고 나온다. 7.목욕탕 안에서 그날 동반자 보고 “오랜만이네”라며 인사를 건넨다. 8. 월례경기에서 다른 팀 행사장에 앉아 박수를 친다. 9. 목욕을 끝내고 속옷을 안 입고 알몸으로 라커를 나간다. 10. 골프장 라커에 들어가서 보니 텅 빈 옷가방을 들고 왔다. 11. 오너로 맨 먼저 티샷하고 다시 치러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간다. 12. 첫 홀에서 잃어버린 샌드웨지를 17번 홀까지 가만히 있다가 마지막 홀에서 캐디에게 “내 샌드 웨지 어딨나?”하고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