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예산안 처리에 반발하고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이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전면 거부하고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조계종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원담스님은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종단은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더 이상의 템플스테이 예산지원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교적 방식으로 소박하게 사찰에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겠다”고 밝혔다.
원담스님은 또 “현재 정부 여당이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분을 다른 기금을 전용해 보전하는 등의 논의를 하고 있으나 불교계가 템플스테이 예산 축소만을 문제삼는 것으로 인식하는 이런 행태가 불교계를 더욱 분노하게 한다”며 “예산이 어떤 방식으로 보충되더라도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못박았다.
조계종은 오는 17일 오후 열리는 전국 본사주지회의와 템플스테이 운영 100개 사찰 전체회의에서 추가 책정 예산은 물론 이미 확정된 내년도 예산도 거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원담스님은 아울러 “정부 여당은 템플스테이가 국가적 사업으로 시작됐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한국의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충분히 알면서도 단순히 종교적인 문제로만 치부하고 은혜를 베푸는 듯한 입장을 취한다”며 “이런 인식 속에서 산불 등 화재에 취약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예산 20억원도 전액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또 “소중한 성보(聖寶)를 박물관 지하유물실에 방치해놓고 있는 국립박물관으로부터 불교문화재를 반환받는 것을 추진하며, 신규 발굴된 문화재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소유권을 갖고 방치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원담스님은 “조계종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문화재는 불자들만의 몫이 아니며 템플스테이는 불교 포교의 장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알리고 체험하는 장인데도 정부는 이런 민족문화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전환이 없는 한 정부와의 접점은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4대강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에 따른 파괴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고 자연의 가치를 일깨우는 활동을 함께 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지난 8일 한나라당이 내년 예산안을 단독처리하는 과정에서 템플스테이 관련 예산이 올해 185억원에서 내년 122억5000만원으로 줄어들자 9일 반발하는 성명을 내고 정부 여당관계자의 사찰출입을 금지하고 4대강 개발사업을 종단차원에서 반대한다는 종무지침을 전국사찰에 전달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지난 8일 확정된 템플스테이 예산 122억5000만원 가운데서도 23억원은 여수 엑스포 지원금으로 지방자치단체 측으로 가는 예산이며, 15억원은 사찰음식 지원을 위한 예산으로 순수하게 템플스테이에 지원되는 금액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견지동 조계사 건너편에 있는 템플스테이 센터 건물 외벽에 설치된 정부여당 비난 현수막을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떼어내려다가 조계종 관계자들과 한때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