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이 인기다. 11월말 현재 수도권 주거시설에 대한 법원경매 평균 응찰자수가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달리고 있고, 낙찰건수와 낙찰률도 함께 오르는 추세다. 하지만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 고가낙찰의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게 경매고수들의 충고다.
◇컨설팅업체 맹신은 금물= 정호연(60)씨는 경매물건의 물색에서 낙찰까지 모든 사항을 경매컨설팅업자에게 일임했다. 업자는 정씨에게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 8억원을 베팅할 것을 권했고, 그렇게 하면 아슬아슬하게 낙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업자의 말은 현실이 됐다. 차순위 금액을 보니 정씨보다 고작 1000만원이 적은 7억9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는 업자의 사기극이었다. 업자가 ‘뒷바지’를 심어두고 입찰금액을 사전에 조작한 것이다.
이때 개입한 가짜 입찰자를 경매세계에서는‘뒷바지’라고 부른다. ‘뒷바지’에게 의뢰인의 입찰금액에 약간 못 미치는 액수를 써내도록 조작함으로써, 의뢰인에게 ‘좋은 물건을 낙찰 받았다’는 안도감을 심어주고 높은 수수료를 뜯어내는 수법이다.
비슷한 수법으로, 의뢰인보다 입찰금을 많이 쓰는 ‘앞바지’를 심어놓는 경우도 있다. 최고가 매수인이 된 ‘앞바지’가 고의로 낙찰을 무효 처리해 차순위 의뢰인에 물건이 돌아가도록 한다. 이때 역시 의뢰인 입장에서는 운이 좋아 낙찰된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수십 건의 낙찰 경험을 가진 경매고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조모씨는 “컨설팅업체가 작정하고 일을 꾸미면 의뢰인이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며 “현장답사와 주변 시세확인 등 사전준비를 통해 물건을 보는 안목을 스스로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정 안 사람 수에 연연치 말자= 평소 눈여겨보던 다가구주택 경매물건에 입찰하기 위해 얼마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찾은 유영란(47)씨는 수많은 인파에 혀를 내둘렀다. 언뜻 봐도 300명 이상은 돼 보였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니 경쟁률도 당연히 높아지겠지’라는 선입견에 유씨는 애초에 마음먹었던 6억1000만원에 2000만원을 더 얹어 6억3000만원을 써냈다.
낙찰에는 성공했지만 유씨의 마음은 기쁨보다 탄식이 앞섰다. 해당 물건의 경쟁률은 고작 2:1이었다. 금액을 늘려 쓰지 않았어도 낙찰이 가능했던 것이다.
반대사례도 있다. 최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한 경매현장은 법정의 3분의1도 못 채울 정도로 방문자가 적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이날 경매에 나온 목동14단지 물건이 14: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나타낸 것.
설춘환 태한부동산컨설팅 대표는 “경매현장에는 경매정보업자, 경매학원 수강생 등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인원 수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판단에 소신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