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 회사마저 쓰러질 줄이야…” 지방에서 내로라하는 중견건설사들이 불황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건설업체의 줄도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4개 업체가 부도를 냈다. 업계에 퍼지던 ‘11월 위기설’, ‘11월 괴담’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
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영인건설과 자회사인 나후건설, 남호건설은 기업은행과 국민은행, 부산은행 등에서 돌아온 어음 90억원을 막지 못해 지난 1일 1차 부도 처리된 데 이어 2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영인건설은 경남지역 시공순위 30위권의 회사로 지난해는 매출 240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주로 관급 공사 위주로 사업을 펼쳐왔으며 부도 직전까지 경남 양산시 4대강 사업 낙동강 6공구 공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나후건설은 부산 사상구청에서 발주한 문화복지시설 다누림센터의 시공을 진행 중이었다.
충북 충주지역 대표 건설업체인 우신기업도 지난 1일 1차 부도를 낸 데 이어 3일 국민은행 어음 5억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총 부도 액수는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1969년 성산건설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우신기업은 토목건설 및 주택건설사업, 문화재 수리업 등을 영위하며 연간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등 지역 대표 중견건설사로 성장해왔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전북 업체인 엘드건설이 부도를 내면서 충격을 준 바 있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수목토’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내세워 활발하게 주택건설 사업을 벌이면서 도내 시공능력평가 4위에 오를 만큼 성장했다.
그러다 2009년부터 대전광역시 도안신도시 일대에 아파트 1253가구를 지어 분양에 나섰으나 미분양이 쌓이면서 자금난에 봉착, 결국 부도-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이처럼 비교적 건실해 보이던 중견 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건설업계는 ‘누구든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업계 현안인 공공공사 발주 급감 문제는 내년이 되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은 ‘2011년 건설경기 전망’에서 내년에 중소 건설사들이 2008년과 같은 경영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1년 이후 정부의 SOC 예산 감축에 따른 신규 공공 토목공사의 급감으로 공공공사 의존도가 높은 중소 건설사들이 경영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정부의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금융권도 건설사 자금지원을 꺼리고 있어 건설업계의 자금난은 점점 더 심화될 전망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 발주가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분양시장 회복 속도도 더뎌 벼랑 끝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사태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의 토착기업이 무너지면 지역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서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