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인도네시아의 지진해일과 화산폭발은 한 국가의 비상사태로까지 번졌다. 뉴스에서 이번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난민들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동시에 그곳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안정되고 평화로운 곳일수록 사람의 발길이 쉽게 머무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여행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대표이미지 즉, 국가브랜드이다. 한국관광객이 손꼽는 여행목적지 2위인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본의 국가브랜드는 무엇이 있을까. 스시(생선초밥),사무라이(무사),아니메(만화영화),자동차 등 다양한 일본의 대표이미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형가전제품이다. 해외여행자유화 초기 일본을 다녀온 한국관광객들이 통과의례처럼 전기밥솥을 구입해 오던 때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누구나 손쉽게 해외여행을 떠나는 오늘날에도 밥솥이 워크맨을 거쳐 디지털카메라로 변경되었을 뿐 소형가전제품은 여전히 일본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로 남아있다. 국가브랜드와 문화관광산업 사이의 관계를 가늠케 해주는 부분이다.
사실 국가브랜드는 문화산업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 자체에 한 국가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화적 요소들이 축적되어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아이콘과 같은 국가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그 나라로의 여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브랜드의 위상에 따른 영향력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지난 2009년은 일본정부에게 우울한 한 해였다.
장기불황 속에 만연해진 소비위축을 견디지 못해 디플레이션을 선언해야 했으며, 세계적 국가브랜드인 토요타는 리콜 사태로 위신이 실추되었다.
토요타의 위상변화를 목격한 일본의 가정들은 가계지출을 최소화하고, 기업과 자치단체들은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는데 집중했다. 특성상 내국인 여행객이 전체의 60~70%를 차지하는 일본의 주요도시들은 사라진 내국인의 자리를 해외관광객이 대신해 줄 것으로 예상했다.
기대와 달리 실추된 국가브랜드의 위상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관광객의 수 또한 줄어들어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군소도시들은 유령도시로 전락하기까지 했다. 뒤늦게나마 각 도시들은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홍보마케팅을 실시하였으나 그 효과는 미지수다.
이웃나라 일본의 국가브랜드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전 세계에서 선전하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기업들과 정부의 노력으로 점점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오늘이다.
반면,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보이듯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국가브랜드는 여전히 애매모호한 것 또한 오늘이다. 서로 다른 오늘의 모습 속에 우리의 선택은 외국인관광객으로 인한 쇼핑특수에 대한 기쁨보단 그들에게 전할 우리의 국가브랜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기를 바란다.
(주)비코티에스 대표(soon@bico.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