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전신탁 정기원천징수' 의무가 생기면서 증권사 법인영업팀들이 분기마다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평소의 세 배가 넘는 기관들의 주문량 폭주로 야근은 물론 점심 먹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이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소득세법 개정안(소득세법 제155조의2 '특정금전신탁등의 원천징수 특례')과 법인세법(법인세법 시행령 제111조(원천징수) 6항)에 따라 '특정금전신탁 정기원천징수' 의무가 증권사에 부과됐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하면 법인이나 기관이 신탁계약을 통해 맡긴 자금을 운용하면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실현된 소득)에 대해 증권사가 원천징수 의무자로 소득 발생 3개월 이내에 세금을 원천 징수해야 하는 것.
과세 당국에 따르면 신탁계약 연장으로 해를 넘겨 소득세 납부를 미루는 등 과세 이연사례가 포착돼 신규 계약이나 계약 연장하는 경우 원천징수를 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은 원천징수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고 고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원천징수 날짜를 각 분기 마지막 날로 일원화했다.
문제는 신탁을 맡긴 법인이나 기관이다.
예를 들어 일정 자금을 1년 계약으로 A증권사 신탁상품에 맡겼다면 중도나 만기해지를 해야만 손익과 이자세금이 현금흐름에 잡힌다. 하지만 증권사 신탁팀이 3개월마다 원천징수하면 자금 이동은 없는데 세금만 빠져나간 꼴이 돼 회계장부정리에 어려움이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결산처리를 하고 발생자산을 재무제표에 표기해도 되지만 지금껏 사용해 온 전산시스템과 회계 처리방식을 바꿔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이런 불편함을 덜기위해 법인과 기관들은 자금을 모두 회수해 ‘이자·배당 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발급해 손익을 회계기록에 남긴 후 다시 증권사에 넣는 단순 작업을 되풀이 한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30일 기준 특정금전신탁 가운데 은행신탁이 58조4046억, 증권신탁이 69조8201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1일물 자산인 CMA, MMDA, 발행어음, RP등이 편입된 자유입출금신탁(MMT)이 주요 원천징수 대상이다. 이밖에 특정금전신탁으로는 ELT, 자사주, 퇴직연금, 기타 상품들이 포함된다.
금투협 금전신탁부 문재규 대리는 "신탁이 운용되는 방식에 따라 회사채나 금융상품투자 등으로 나누어 회계처리를 하거나 분기나 반기 재무제표에 원가결산금액을 포함시키는 등 여러 기업 회계준칙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며 "하지만 신탁 운용 상품이 다양하고 자주 바뀌기 때문에 매번 소득 종류별로 회계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존 회계 관행을 고수하려는 법인과 기관의 편의주의가 되레 '사서 고생'을 시키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