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대륙의 포식자 재규어는 아즈텍인들에게 신성한 동물로 받들여졌다. 아즈텍인들은 재규어의 용맹함과 은밀함을 두려워하면서도 숭배해 아즈텍 영웅인 테츠카틀리포카는 종종 재규어의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재규어 가죽을 두르고 문신을 한 ‘재규어 전사’는 아즈텍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들이었다.
세월이 흘러 1948년이 되자 재규어의 혼을 이어받은 강철 괴물이 등장했다. 6기통 3.4리터 엔진과 오버헤드 캠샤프트가 장착된 재규어 XK120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고속도 200km로 사람들의 혼을 빼놨다.
1959년 등장한 Mk.2에 이어 1968년 등장한 XJ6은 오늘날 ‘재규어’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스포츠카의 DNA와 보수적인 영국 신사의 풍모다. 감색 스트라이프 수트와 함께 여피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트윈헤드램프 디자인의 XJ는 이안 캘럼의 손을 거쳐 2009년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7월 국내에 공식 출시된 ‘올 뉴 XJ’다.
여기에 트렁크 상단까지 할퀴고 지나가는 LED 테일램프가 역동적인 스타일의 완성한다. 5247mm의 전장에도 불구하고 ‘큰 차’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유려한 유선형 디자인 때문이다.
물론 이안 캘럼은 재규어의 고풍스런 매력을 전부 내다버리진 않았다. 차체 전면의 대형 그릴과 천연가죽으로 마감된 실내, 센터페시아의 아날로그 시계는 전통과 품격을 중시하는 재규어의 DNA를 드러낸다.
미려한 외관과 대조적으로 실내 디자인은 황홀할 정도로 호사스럽다. 마치 동력보트의 앞부분처럼 도어와 전면 유리 밑을 지나가는 베니어라인은 가죽 마감재와 어울려 마치 지중해를 떠다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재규어 로고가 음각된 은색 패널과 크롬 도금된 벤트도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반짝거린다.
‘올 뉴 XJ’의 장엄한 준비 운동은 주행성능에 비한다면 놀랄 거리도 못 된다. 최고 사양 모델인 5.0 수퍼스포츠는 최고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63.8kgㆍm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4.9초 최고속도는 250km에서 전자식으로 제한된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올 뉴 XJ’가 앞선 차량들을 귀찮다는 듯이 떼어낸다. 어느새 속도계는 150km를 가리키고 있지만 실내는 골목길을 서행하는 것처럼 조용하다. 가솔린 엔진인데도 rpm은 놀랍게도 2500에 머물러 있다.
운동 성능은 물론 승차감에 있어서도 경이적이다. 시속 80km로 과속방지턱을 넘고 급선회를 해도 차체의 요동을 느끼기 어렵다. 코일스프링과 에어스프링이 결합된 올 뉴 XJ의 서스펜션은 운전석에선 스포츠카의 핸들링을 뒷좌석에선 리무진급의 안락함을 제공한다.
달리는 즐거움을 마무리 짓는 것은 B&W의 1200W급 오디오 시스템. 20개의 서라운드 스피커가 제공하는 음향은 고급스럽다 못해 사치스러울 정도다.
재규어 디자인 총책임자인 이안 캘럼은 말한다. “좋은 디자인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좋은 제품은 말을 건넬 수 있어야 합니다”
2010년, 회색 정글의 지배자가 달리는 요트로 돌아와 우리에게 손짓한다. 이제 당신이 대답할 차례다.
재규어 '올 뉴 XJ'의 가격은 △3.0D 프리미엄 럭셔리(SWB) 1억2990만원 △3.0D 프리미엄 럭셔리(LWB) 1억3640만원 △5.0P 프리미엄 럭셔리(LWB) 1억5240만원 △5.0P 포트폴리오(LWB) 1억5940만원 △5.0SC 수퍼스포츠(SWB) 2억240만원 △5.0SC 수퍼스포츠(LWB) 2억84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