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업체 휴렛팩커드(HP)가 끝없는 인수ㆍ합병(M&A)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HP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보안 소프트웨어업체 아크사이트를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온라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HP는 아크사이트를 주당 43.50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 주말 아크사이트 종가인 주당 35.10달러에 24%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인데다 HP가 애초 제시했던 8월 25일 종가에 비해서는 54% 높은 수준이다.
이날 HP의 아크사이트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아크사이트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27% 넘게 폭등했다.
아크사이트 인수로 HP는 보안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강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HP는 지난 8월 초 마크 허드 전 최고경영자(CEO)의 사임 이후 벌써 네번째 M&A를 성사시킨 셈이 됐다.
앞서 HP는 이달초 세계 3위 PC 제조업체 델과의 경쟁 끝에 스토리지 업체 3Par를 23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에도 HP는 주당 33달러를 지불하기로 해 M&A 발표 전 주가 대비 3배나 많은 파격적 인수 금액을 제시하며 막판 승리를 거둬 강력한 인수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달에는 보안 소프트웨어업체 포티파이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자동화 소프트웨어업체 스트라타비아를 인수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HP의 공격적인 M&A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MO캐피털마켓츠의 키스 바흐만 애널리스트는 "누가 M&A를 주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인수 가격이 가치에 비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바흐만 애널리스트는 다만 "HP와 아크사이트간 인수 논의가 한 달 전부터 진행돼왔다"면서 "신임 CEO가 부임한 후로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번스타인리서치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도 "이번 인수가격이 비싸다"면서 "이번 거래로 인해 마크 허드 전 CEO의 사임 이후 자산매입에 주력하는 HP의 전략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HP가 기업 대상 기술 상품 및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점에서 이번 아크사이트의 인수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 오라클 델 등 다른 대형 기술 업체들과 같이 HP는 기업 대상 데이터 스토리지 부문에 대한 M&A에 나서고 있는 상황.
방대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이 사업 분야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안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는 아크사이트는 지난 회계연도에 순이익 3050만달러, 매출액 1억8140만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HP 소프트웨어솔루션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빌 벡트 부사장은 "거대한 보안 시장이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 제품 뿐만 아니라 서비스 및 하드웨어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벡트 부사장은 "아크사이트가 HP의 관리소프트웨어 부문과 합병할 계획"이라면서 "이는 IT 관련 분야에 대한 시야를 넓혀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자드캐피털의 조엘 피시베인 애널리스트는 "인텔도 77억달러의 규모의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규모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맥아피를 인수했다"면서 "보안 관련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ISI그룹의 애비 램바 애널리스트는 "HP가 보안 기술을 비롯해 시스템 관리 및 데이터 스토리지 부문 등에 대한 M&A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보안 분야에서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업체들을 더 매입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