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으로 일본 온라인 명품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야후재팬이 개설한 명품 할인 쇼핑몰 ‘엔다카’에서 8월 22~28일까지 한 주 동안의 명품 판매는 전월 같은 기간 대비 5배가 급증했다.
엔다카와 유사한 명품 할인몰을 개설한 포털사이트 라쿠텐의 8월 명품 매출도 7월보다 45%가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온라인 명품 할인몰의 호조는 15년 만에 최고치에 달한 엔화 강세로 수입물가가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83.52엔으로 15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야후재팬의 경우 엔다카에서 판매되는 명품은 기존 가격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치의 헤리티지 스트라이프트 토트백의 경우 기존 747달러(약 88만원)하던 것이 엔다카에서는 332달러로 반 값 이하에 팔리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인 매킨지의 브라이언 살스버그 소비자 트렌드 전문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명품몰의 호조에 대해 “경제 상황과 함께 생겨난 새로운 가격투명도로 일본을 우위로 평가하는 ’재팬 프리미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품 가격의 투명도는 일본에서 급성장하는 명품 공급처 가운데 하나인 인터넷의 산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WSJ은 일본에서 명품 할인추세는 까다롭고 검소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일본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의 변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했다.
WSJ에 따르면 일본의 버블기였던 1980년대에 명품은 성공의 상징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중산층이든 부유층이든 너나할 것 없이 명품에 열광해 루이뷔통, 샤넬 같은 명품 메이커들은 일본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해 대규모 직영점을 열었다.
그러나 경기 둔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과 함께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이 바뀌면서 일본 명품 판매도 내리막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명품 수입 규모는 99억4000만달러로 2008년보다는 16% 감소했고, 정점이던 1996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명품업계는 여전히 ‘재팬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엔화가 달러에 대해서는 15년만에, 유로에 대해서는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의 제품들은 명품 수입 시 붙는 특별관세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일본에서의 가격 책정은 수준은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코치의 크리스틴 가죽 호보백은 일본에선 5만9850엔(약 710달러, 약 84만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298달러에 팔리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의 길다 퍼와 시퀀 플랩백도 일본에서는 24만9900엔에 팔리는 반면 미국에서는 1995달러에 팔리고 있다.
코치의 안드레아 리스닉 수석 부사장은 “환율 동향에 따라 가격정책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명품 메이커들의 보수적인 가격정책으로 인해 가격 거품을 걷어낸 온라인 명품몰들이 반사익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온라인 쇼핑몰들은 제품의 진위 여부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야후재팬은 “자사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합법적으로 수입된 것으로 메이커들로부터 이의제기를 당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