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한문 분향소 온통 노란 물결

입력 2010-05-23 16:37 수정 2010-05-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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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 서울광장, 리틀엔젤스 공연 눈살

덕수궁 대한문 앞. 노란 풍선이 높게 솟아있다. 풍선, 현수막, 우비, 우산, 티셔츠, 팔에 두른 띠까지 온통 노란 물결이다. 대한문 옆 한 학원의 노란 대형 간판이 유독 부각됐다.

지난 22일 낮 12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치러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현장에는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녁까지도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대한문 아래에서 비를 피해 기다리던 추모객들은 자원봉사자 인도에 따라 천막으로 들어갔다. 중년의 친구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 연인들, 여러 무리의 할아버지들이 국화를 들고 줄을 지어 서 있다. 분향을 마친 한 추모객(29)은 “오후 6시에 와 50분이 지나서야 분향을 했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노란 리본에 글을 써서 매달기도 했다. 어린이가 쓴 것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사랑해요’부터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6월2일 당신을 웃게 만들겠습니다’까지. 각자의 마음이 담긴 글을 볼 수 있었다. 일부 추모객들은 이번 추모제와 6.2선거를 연결시키는 것으로 보였다.

일부 추모객들은 또 ‘백 번 욕하기보다 한 번 투표 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께 있습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생전의 말을 등에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년 추모식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가운데 추모객이 써 놓은 노란색 리본이 담장을 물들였다.(최재혁 기자)

◇전 정권 회고 VS 현 정권 비판=대한문 오른 편에는 ‘NO VOTE, NO KISS’라는 제목의 영상전과 사진전이 열렸다.

노대통령 재임 시절과 낙향 후 봉하마을에서 파란셔츠에 밀짚모자를 눌러 쓴 영상이 보였다. 앞에 ‘6.2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투표하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바보들 바보에게 길을 묻다’란 대형 현수막으로 시작하는 사진전에는 어린 시절부터 재임시절, 봉하마을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통곡 그리고 김정일과 손 잡은 사진이 걸려있다.

추모 현장에는 정부 비판이 치열했다. 분향소 옆 천막에서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모임’이라는 이름 아래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46명 장병들을 위한 추모곡을 부르고 있었다.

‘한강 운하 반대-삽질 지옥, 투표 천국’과 같은 비판과 이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말했던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는 현수막을 건 ‘영토주권 침탈에 대한 정부대응 촉구 시민소송인단 모집’이라는 독도 수호 단체도 보였다.

◇건너 편 서울 광장, 리틀엔젤스 공연 ‘눈살’=대한문 분향소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동안 맞은 편 서울광장에서는 시끌벅적한 공연이 펼쳐져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는 ‘6.25 전쟁 60주년 기념 참전용사와 서울시민 초청 리틀앤젤스 특별공연’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리틀앤젤스 공연.

당초 오후 7시30분 시작 예정이던 공연은 당일 갑작스레 6시30분으로 변경돼 8시30분까지 진행, 건너편 분향소에 대한 맞불작전이 내포된 의도적인 행사가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추모객 중 한 사람은 “분향소 일정에 맞춰 공연을 잡은 것은 집권당의 의도적 방해라고 생각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서울시는 “리틀엔젤스 공연을 분향소 관련 행사보다 먼저 신청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공연 관람객 중에는 공연 관계자 가족과 친구, 지나가다 들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바로 길 건너에서 분향식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관람객 중에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도 있었다. 박 모(여ㆍ55)씨는 “노대통령 분향식, 리틀엔젤스 공연 둘 다 뜻 깊은 일이고 치러야 하는 숙명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25가 아직 한 달이나 남은 시점에서 행사 일정을 갑자기 변경해 공연을 강행한 것에 대해 당분간 논란을 계속 될 전망이다.

◇야당 인사들 줄이어 분향소 찾아=이날 분향소를 찾은 인사 중 대표 격은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였다. 한 후보는 검은 옷차림으로 조용히 대한문을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의 1주기를 맞은 심정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후보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 후보 외에도 최문순, 천정배, 김진애 의원등 민주당 인사들과 국민참여당 곽노현 서울시교육감후보가 분향소를 찾았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도 분향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분향소 상황실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3500여명의 추모객이 방문했고 분향 행사는 이날 오후 12시에 시작해 23일 오후 11시까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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