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폰지부터 블랭크페인까지...월가의 몰락

입력 2010-04-22 15:45 수정 2010-09-28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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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 게임(Ponzi game). 이자율과 수익률의 차이로 부채가 확산되고 부채의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면서 결국 파산에 처하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폰지 게임이라는 말은 1920년대 미국이 대공황에 빠질 무렵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사기극에서 유래됐다. 찰스 폰지라는 사기범은 국제쿠폰사업을 벌인다면서 3개월안에 원금의 2배에 달하는 수익을 보장한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은행이자의 수십배를 보장한다는 말에 4만명의 투자자들이 몰렸다. 폰지는 1500만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았다.

폰지는 처음 모은 투자액을 자신이 챙겼다. 그리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배당금은 다음 투자자들의 납입금으로 지불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더이상 자금이 모이지 않자 배당금은 바닥났다. 사업은 망했다. 폰지가 사기 혐의로 체포돼 감옥살이를 했음은 물론이다.

폰지 사기는 일종의 불법 피라미드라고 보면 된다. 간단한 사기극이지만 막상 그 앞에서 들어보면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것이 바로 폰지 사기다.

90여년이 지나 월가에서 똑같은 방식의 사기가 재현된다. 전형적인 폰지게임 방식의 사기극이 월가의 유명인에 의해 저질러졌다.

주인공은 미국 나스닥 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 버나드 L. 매도프. 매도프는 1960년부터 버나드 L. 매도프 투자증권을 운영하면서 월가의 실력자로 군림했다.

그런 그가 2008년 말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금융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매도프는 자신이 폰지 사기를 저질렀다며 모든게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했다.

매도프의 사기로 투자자들이 날린 돈만 500억달러에 달했다.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있다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전세계는 다시 미국발 충격에 빠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대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기소한 것이다.

기소혐의는 증권사기다. 투자자들에게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속였다는 것이 혐의의 골자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금융기관에 대한 징계에 그치지 않고 오바마 행정부와 월가의 한판 승부로 확대되면서 다시 한번 미국경제의 본질과 도덕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는 1982년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부문을 이끈 트레이딩 전문가다.

블랭크페인은 골드만삭스의 위험 투자를 독려한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객 제일주의를 지향하던 기업문화를 이익 중심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같은 경영전략으로 골드만삭스는 전통적인 투자자문과 증권인수 중개 등에 의존한 모간스탠리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오는 27일 증권사기 혐의와 관련해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다. 기소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이번 사건으로 골드만삭스는 물론 블랭크페인 역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탐욕과 투자자들의 군중심리 그리고 당국의 무관심으로 벌어진 금융위기 사태를 맞아 추악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난세에는 영웅이 탄생한다더니. 영웅은 고사하고 리더들의 몰락이 줄을 잇고 있다. 요지경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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