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① 보금자리가 부동산 침몰 시킨다

입력 2010-04-01 09:42 수정 2010-04-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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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ㆍ신도시 집값 추풍낙엽…건설사 분양 개점휴업

부동산 시장이 추락하고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서울 도심까지 기존 재고주택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신규 분양시장은 극히 일부 지역만을 제외하고 미분양 사태를 양산하면서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 부의 상징으로 한때 인기를 끌었던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천만원씩 하락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주상복합 아파트인 타워팰리스 115㎡는 몇주사이 1억원이 넘게 하락하며 현재 12억5000만~15억원 선으로 시세가 낮아졌다.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역시 각종 호재에도 불구하고 수천만원씩 호가가 빠지고 있다.

실제로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안전진단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200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졌으며,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한두달 사이에 최대 1억원까지 떨어지며 11억5000만원의 매물이 나와 있는 상태다.

수도권 지역 상황은 더 형편없다. 수도권 남북부권을 대표하는 신도시인 일산과 분당 신도시의 경우 최근 한두달 사이에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은 기본적으로 내려갔다.

대형 평형의 경우 지난 2007년 고점대비 많게는 3억원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분당의 경우 일주일만에 1억원씩 하락하는 아파트도 부지기수다.

분당 시범단지 삼성ㆍ한신아파트 108㎡는 올해 초 대비 5000만원 이상 내린 6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2007년 고점으로 본다면 2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가격이 하락하는 것보다 더큰 문제는 주택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중개업자들은 "매물은 쌓여가지만 이를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한목소리다.

신규분양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청약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청약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 계약율은 저조하기 그지없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재고주택 가격하락과 거래실종, 신규분양주택에 대한 청약율 저조 현상을 불황보다는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수도권 미분양 양산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1차, 2차 사전예약에 이은 3차 보금자리주택 지구지정 등의 영향이 기존 재고주택은 물론, 실 수요자들이 청약통장 등을 보금자리 주택에 사용하기 위해 민간건설사들의 신규분양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것.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보금자리주택의 잇따른 분양과 후보지 발표로 기존 주택시장과 분양시장은 올 하반기까지 하락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한파를 예고했다.

수도권 요충지에 주변 시세의 15%~50% 이상 저렴한 공공주택인 보금자리주택이 분양에 들어가면서 민간건설사의 위기는 한층 더 높아졌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촉발된 금융위기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사들은 1차 구조조정과 2차 구조조정에 이어 3차 구조조정 상황까지 내몰려 있다.

최근 들어 미분양 적체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 건설사 58위의 성원건설이 무너졌고 몇몇 건설사들은 곧 무너질 것이라는 후문이 파다하다.

불황으로 인해 미분양이 적체된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 보급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강타하고 있어 건설사들의 현금 흐름은 나빠질대로 나빠지고 있는 상황.

업계에서는 분양연기, 가격 인하 등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지만 수도권 요충지에 기존보다 값싼 보금자리 아파트에 대적할 수는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H건설 한 임원은 “민간 건설사는 땅값으로 인해 보금자리주택과의 분양가격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서민들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보급의 취지는 좋지만 장기간 지속된다면 체력이 약한 대형 건설사도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민간 건설사들이 살 수 있는 토양을 정부가 함께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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