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육성 통해 기업 성장경로 복원"

입력 2010-02-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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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견기업, 글로벌 히든챔피언에 비해 R&D비율 절반 수준

"대기업 위주의 성장패러다임이 한계를 보이고 있고 기업성장의 상향 이동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 "중견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정책지원을 강화해 산업의 허리층인 중견기업군을 두텁게 양성하자."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중견기업,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란 주제의 '중견기업 육성 대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장선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이 주최하고 대한상의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코스탁협회가 공동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압축성장의 산물인 호리병형 산업구조 개선 ▲핵심산업의 부품소재 관련 원천기술 확보 ▲우리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를 다수 창출 등 중견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주장들이 쏟아졌다.

이날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과제'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우리 경제가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로 양극화된 결과 질좋은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고, 핵심부품 분야의 무역역조현상이 심각한 등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산업의 이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혁신과 글로벌 지향성, 그리고 고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형 중견기업 양성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지원과 차별화해 중견기업이 자체역량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기업외적인 성장장벽을 해소하는데 육성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한국형 중견기업 육성대책과 관련해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정책수단을 마련하기 보다는 지원 필요성과 기업수요가 높은 부문, 예컨대 혁신역량과 글로벌 경영역량 제고, 규제와 경영리스크 등 외부적인 성장제약요인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위원은 중견기업의 범위와 관련해 "중견기업 기준에 대해 종업원과 매출액 등 양적인 요소 위주의 논의가 대부분이지만 수출규모 등 질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AIST 김갑수 교수는 '우리 중견기업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한국의 중견기업은 전체의 60%가 전자, 자동차, 화학, 기계 등 6개 주력업종의 부품소재장비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히든챔피언에 비해 종업원수와 매출액 등 양적 규모가 미약할 뿐만 아니라 수출비중과 R&D투자 등 질적 경쟁력도 취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중견기업 1102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90%가 R&D비율 3% 미만이었고, 86%가 수출비중 3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3위권 내의 글로벌 중견·중소기업을 지칭하는 히든챔피언과 비교하면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은 한국 중견기업이 평균 13.3%로서 글로벌 히든챔피언(평균 61%)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R&D투자비율도 한국이 평균 2.9%로서 글로벌 히든챔피언(평균 5.9%)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중견기업의 R&D 및 글로벌 경영 강화가 그만큼 시급한 현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같은 글로벌 경쟁력의 취약성은 중견기업 숫자의 감소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02년만 해도 제조업분야의 중견기업 숫자는 705개였지만 5년후(2007년)에는 525개로 크게 줄었다.

김 교수는 우리 중견기업들이 심각한 성장정체국면에 빠지게 된 이유로 ▲기업규모의 영세성 ▲수요대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 ▲R&D와 관련한 리스크와 자금조달애로 및 전문인력의 부족 ▲중소기업 졸업에 따른 지원급감과 대기업 관련규제의 적용 등의 제도적 요인 등을 꼽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갑수 KAIST 교수와 산업연구원의 조영삼 연구위원의 주제발표에 이어 윤봉수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최병오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회 부위원장, 김병규 코스닥협회장, 노강석 기은경제연구소장, 최영환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이관섭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관 등 중견기업 유관기관·단체가 나서서 종합토론을 벌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의 미래 모습"이라며 "정책지원을 통해 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견기업의 대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이것이 다시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성장을 촉발하도록 함으로써 정체됐던 기업부문의 성장판을 열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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