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밤 뉴욕증시가 반도체주 투자의견 강등 소식 악재와 워렌 버핏 철도회사 인수 호재가 맞물려 지수별 엇갈리는 흐름을 보이며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함에 따라 전날에 이어 장중 수급 여건에 좌우될 공산이 커 보인다.
전일 호주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장중 하락 폭을 반납한 채 보합 마감하며 박스권 장세를 지속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도 박스권 상단에서의 네고 압력과 하단에서의 결제 수요가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은행권 역시 포지션 플레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외 여건에 일희일비하는 최근의 서울환시 특성상 환율 하락 재료보다 상승 재료가 우세한 만큼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아래보다는 위로 움직일 가능성이 더욱 높다.
뉴욕 금융시장은 전일(3일 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증시와 미 국채가격은 혼조 양상을, 달러화는 유로 및 엔화에 강세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유럽 은행들의 부실 우려와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 조정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지수별로 등락이 엇갈리는 혼조세를 보인 뉴욕증시는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잔뜩 반영한 모습이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이 매우 불안정하고 지속 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미 FOMC 발표 결과를 앞두고 상당한 모습이라며 위험 거래자들이 매우 예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뉴욕 금융시장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위험거래에 수반되는 익스포져 축소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Fed 역시 여전히 경기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FOMC 성명서 발표 전까지는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참고로 미 FOMC 정례회의는 이날부터 이틀 간의 일정으로 시작, 익일 오후 2시 15분(뉴욕시간) 회의 결과 및 성명 발표가 공개된다. 기준금리는 전월에 이어 연 0-0.25% 범위대 동결 전망이 현재까지 우세하다.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성명 내용과 관련해서는 유럽계 은행들의 불안정한 움직임으로 금융시스템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부각된 만큼 Fed가 상당 기간 예외적으로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이번 달 역시 시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외신들도 유럽계 주요 은행들이 여전히 신용위험에 재차 직면할 수도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Fed가 이번 회의에서 '경기조절적(accommodative)'이라는 문구를 제거하며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Fed가 익일 '예외적으로 낮은 수준의 금리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문구 변화는 유효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뉴욕증시 혼조 마감 및 투자심리 불안 영향에 역외 선물환율이 소폭 오름세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상승 출발한 뒤 장 중 수급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ㆍ달러 1개월물 선물환율은 1185.00원에 거래를 마감,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가 +0.55인 점을 감안하면 전일 서울환시 종가 1182.00원보다 2.45원 오른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미 FOMC 성명 발표가 코 앞으로 다가와 역외시장 세력들도 이날 관망세를 보일 것이나 상승 분위기가 더욱 높은 만큼 수입업체 결제 및 은행권의 숏커버 수요가 이날도 꾸준히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딜러는 "지난달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락세를 연출한 이후 점차 현재 레벨에서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라며 "달러화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수출입업체간 공방 속 레인지 장세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외국계은행 딜러도 "시장 참가자들이 원ㆍ달러 1170~1200선 박스권 흐름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며 "환율이 1170선에 근접한 이후 하단을 테스트하면 결제 수요와 개입 경계감이 이를 저지하고, 1180선을 상회하거나 그 이상으로 오를 기미가 보이면 네고 물량이 쏟아지며 상승 폭을 제한하는 흐름이 당분간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