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중소 유통업체, 골목상권 갈등 해법 '기대 난망'

입력 2009-09-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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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SSM 출점속도 조절 위한 장치 검토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해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간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한 중소유통업체 사이에서도 입장차이를 나타내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앞으로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출점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1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유통학회와 소비자시민모임 주최로 열린 '기업형 슈퍼마켓 관련 갈등과 그 조정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각 유통업계 대표들은 SSM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중소유통업체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정기간 SSM 출점 유예를 요청한 반면, 대형유통업체들은 SSM의 산업기능적 측면을 강조했다.

◆ 대-중소 유통업체간 입장 '평행선'

이 날 토론회에서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의 입장차이는 여전히 팽팽하게 나타났다.

김경배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SSM 입점 후 영세소매업체들은 평균적으로 매출이 34.1% 감소했다”며 “영세상인의 경우 매출이 30% 이상 줄어들면 수 개월내 폐업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근래 대형마트들이 초기에는 초저가 마케팅을 펼치면서 소비자 욕구를 충족했지만, 시장에서 독과점 양상을 띠자 납품업체의 고혈을 짜내거나 용량과 성분을 속이는 등의 행위 등이 만연됐다”며 “SSM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상생을 논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신규출점 행위중단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극렬 전국상인연합회 회장은 SSM 출점에 대한 비판수위를 더욱 높였다. 최 회장은 “오늘같이 중요한 토론회에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가 나오는 것이 적합한지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최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제정된 재래시장 보호 특별법으로 과거에 비해 재래시장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재래시장은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대형마트 입점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 앞에 또 다른 업태인 SSM이 들어선다면 재래시장 상인들의 생존은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현재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 사업조정제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최 회장은 “자율조정협의회가 열린다고 해서 상인들이 가보면 대형마트의 대리급 직원이 나와 회의를 하고 있다”며 “그들이 얼마나 각 회사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형유통업계는 현재의 규제정책과 사업조정제도로 인한 SSM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맞섰다.

안승용 체인스토어협회 부회장은 “사업조정제로 인해 임대료 및 개점중단에 따른 설비업체 및 인테리어 업체 피해 등으로 점포당 10억~5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소비자 권리 측면에서도 SSM에 대한 일방적인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이며, SSM 규제가 중소상인 살리기의 절대적 해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소유통의 경쟁자는 SSM뿐만 아니라 온라인쇼핑몰, 편의점, 대형마트 등 다양하며, SSM 출점을 규제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반드시 동네슈퍼나 재래시장 등 중소유통업체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안 부회장은 “일방적으로 SSM을 규제하는 것은 또한 해외투자유치와 국내 유통업체의 해외진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 정부, SSM 출점속도 한정적 제한장치 검토

정부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출점속도를 한정적으로 조절하는 장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지식경제부 김종호 유통물류과장은 “SSM 진출은 소매형태 다양화와 경쟁촉진을 통한 중소유통의 선진화에 기여하고 소비자 후생을 강화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SSM의 급속한 진출은 중소유통의 붕괴 등 사회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정부는 유통산업 선진화와 중소유통 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검토해 필요 최소한의 한정적 출점속도 조절장치를 검토하면서 중소유통의 경쟁력 강화에 정책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아울러 대․중소유통업체 상생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SSM 가맹점 확대 ▲신규상권 지역 출점 ▲영업품목 및 영업시간 조정 등 상생방안 마련을 공동추진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SSM의 불공정거래행위 야기 가능성에 대해 엄중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만환 공정위 가맹유통과장은 “SSM이 납품업자에게 인근 슈퍼마켓에 제품공급을 하지 못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거나, 납품업자에 대한 부당한 단가인하 등 불공정거래행위시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선택은 소비자의 몫, 중소유통업체의 경쟁력 강화 필요” 공감대 형성

각 업계 대표들은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며, 중소유통업체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 회장은 “대형유통업체나 중소유통업체든 한 쪽이 독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이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SSM은 가격이나 신선도, 청결, 서비스 등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대형마트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SSM이 동네 슈퍼마켓까지 장악하면서 상품 독점화 현상이 나타나고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중소상인들도 경쟁력을 갖추는데 노력하고 SSM과 ‘윈-윈’할 수 있는 시장구조가 형성돼 소비자 권리가 확보되는 쪽으로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배 회장도 “지난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마트와 SSM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중소상인들이 희생을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도 “중소상인들이 주장하는 SSM 출점 자제는 대기업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시적으로라도 최소한의 규제 등으로 인해 생기는 시간적 여유를 중소유통업체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극렬 전국상인연합회 회장도 “현재 재래시장이 지역생산 농수축산물의 소비라는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상인들을 대상으로 의식개선 및 원산지 표시 의무화 등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니, 재래시장이 자체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SSM 출점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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