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기업 명운 가를 ‘트럼프 2기 대응’

입력 2024-11-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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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공급망 불안…수출환경 악화
관세인상·통상협정 개정 도전과제
1기 때 경험활용 선제적 대비해야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 대선에서 ‘미국우선주의’로 무장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역대급 박빙이라던 예측과 달리 트럼프가 압승한 데엔 고물가로 인한 서민들의 생활고와 불법이민 급증에 따른 흑인·히스패닉계의 일자리 불안이 큰 요인이 됐다. 3% 가까운 고성장을 하는 최고 부자나라 미국에서도 ‘먹고사는 문제’가 국민들의 주관심사였던 모양이다.

트럼프는 경제·통상 분야에서 폭발력이 큰 공약을 내세웠는데,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마저 장악해 별 저항 없이 공약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2기 출범을 두 달 앞둔 지금, 그가 과연 공약을 그대로 시행할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및 전기차·배터리 투자에 대한 지원 폐지도 문제지만, 전 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큰 경제·통상 공약은 세 가지다.

첫째, 관세인상이다. 트럼프는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상호무역법’을 제정해 미국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국가에 똑같은 관세를 부과하며, 대미 무역흑자가 크거나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엔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최혜국대우(MFN)를 박탈하겠다고 한다.

관세가 인상되면 대미 직접수출뿐만 아니라, 우리가 중간재를 수출하는 나라들을 통한 간접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된다. 게다가 만약 교역 상대국들이 관세인상으로 맞대응하면 과거 대공황기처럼 세계교역이 위축돼, 최대 448억 달러의 수출 감소를 예측한 한 연구처럼 우리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다. 중국에 대한 제재 강화로 미국시장에서 우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대중 중간재 수출 둔화와 제3국 시장에서 중국제품과의 경쟁 심화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둘째, 기존 국제협정의 이탈 및 재협상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미·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USMCA)을 개정해 중국기업이 멕시코를 통해 우회 수출할 수 없게 만들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개정도 요구할 것이다. 또 바이든 정부 주도로 출범한 아시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무역질서 변화로 기업의 수출장벽이 높아짐은 물론, 현지 투자기업들의 공급망에도 큰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셋째, 환율 불안정이다. 트럼프는 미국산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위해 약달러·저금리를 공약했다. 그러나 법인세·소득세 감세로 재정적자가 증가하고 관세인상으로 인플레가 높아지면 그의 공약과 달리 강달러·고금리가 될 것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환율 불안정 위험은 더 커질 것이다. 이래서 일본 싱크탱크들은 자국 기업들에게 환율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속히 ‘트럼프노믹스 2.0’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급한 과제를 제시하면, △범정부 통합대응반과 분야별·산업별 민관합동 대응팀을 구성해 트럼프 공약의 리스크와 기회요인을 분석하고, △한미 무역불균형 해소대책, 관세전쟁 확산 시의 대응방안, 한미 FTA 재개정 요구에 대비한 협상안, 트럼프 공약에 따른 기회요인 활용대책 등을 마련하며, △이를 토대로 트럼프 2기 출범 전이라도 신정부 참여인사 및 의회·주정부 등을 상대로 아웃리치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과 일본 등은 몇 달 전부터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왔다고 한다. 우리 관계부처들도 나름대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고, 또 정부 차원에서 분야별 회의체를 운영한다고 하니 늦게나마 다행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트럼프 1기 때의 대응경험과 인적자산을 전 정권 때 것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활용해야 한다. 위기 땐 범국가적 대응체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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