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14일 상생협의체는 12차 회의를 열고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를 현행 9.8%에서 거래액을 기준으로 2.0%에서 최대 7.8%까지 낮추는 차등수수료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날도 양사의 상생안은 입장이 엇갈렸다. 배민은 거래액 기준 상위 35%에 대해서 중개수수료 7.8%에 배달비 2400~3400원, 중위 35~50%는 6.8%에 2100~3100원, 중위 50~80%는 6.8%에 1900~2900원, 하위 20%는 2.0%에 1900~2900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쿠팡이츠의 경우 2.0~8.8%의 중개수수료를 내놨지만 배민의 상생안이 상생협의체 취지에 부합한다는 뜻을 밝히며 이를 받아들였다.
이번 상생안에 대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하위 65% 가게는 배민1플러스 중개이용료가 9.8%로 변경되기 전보다도 더 비용이 내려가 부담이 크게 완화되고, 약 13만 입점 업체가 비용을 낮추는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며 “특히 하위 20%는 공공배달앱 수준인 2%의 중개이용료만으로도 압도적인 광고 효과와 주문 수, 배민이 직접 배달 품질과 고객 응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자평했다.
이를 두고 외식업 중심의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애초 입점업체가 요구한 중개수수료 상한인 5%는 물론 공익위원이 중재한 6.8%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외식산업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최종안 가결 전 퇴장함으로써 최종안은 반쪽짜리 상생안으로 남게 됐다.
이들이 더 심각한 문제로 꼽는 부분은 수수료율을 낮춘 대신 배달비를 높인 점이다. 상생안에서 배달비는 종전과 달리 등급에 따라 최대 500원 인상됐다. 중개수수료가 일부 낮아졌다 하더라도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중개수수료 7.8%를 적용받는 상위 35%의 경우 배달비가 500원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 때문에 주문액이 2만5000원이 되지 않으면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현재보다 더 커진다. 일례로 대략 2만 원짜리 치킨 1마리를 판다고 가정할 경우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현재보다 커진다. 2마리를 팔아야 부담이 지금보다 소폭 낮아지게 된다. 주말 사이 외식을 하러 찾은 단골 식당의 점주는 상생안과 관련해 묻자 “이런 게 ‘조삼모사’가 아니고 뭐냐. 1인 가구 증가로 2만 원대 이하 음식 판매가 느는 것 같은데 상생안 때문에 우리 가게도 배달비 부담이 오히려 커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12차 회의에서 도출된 최종 상생안은 배달앱 운영사의 세부 정책 확정과 시스템 개발 등을 거쳐 내년 초부터 향후 3년간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결과물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치권부터가 규제 칼날을 들이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회의 이튿날인 15일 상생협의체가 반쪽짜리 협의가 됐다며 당력을 집중해 ‘온라인플랫폼 거래공정화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생협의체 공익위원도 상생안의 미진한 부분을 인정하고 향후 상생 논의의 지속과 관련한 상설기구 설치를 당부한 만큼 추가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무쪼록 상생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꼬인 매듭이 풀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spd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