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관계 평탄치 않을 것”… 정부 실력 보여줄 때

입력 2024-11-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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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이른 시일 내 날짜와 장소를 정해 회동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축하 전화통화에서 “안보와 경제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자”고 했다. 트럼프는 “한미 간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주요국 정상 중 선두그룹으로 성사된 이번 통화는 밝은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트럼프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미사일·오물 풍선 도발 등에 우려를 표명했다. 조선업과 관련해 도움과 협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에 대한 안부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는 대통령실의 전언이다.

한미 정상의 우호적 통화에 취할 때는 아니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슬로건으로 승리했다. 자유 진영의 가치 외교보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에 두며, 보호무역 강화를 위해 무리수도 불사할 게 뻔하다. 세계 각국은 비지땀을 흘리며 ‘트럼프 2기’에 대비하고 있다. 공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 리더십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한국은 트럼프 1기 때 공격적이고 변덕스러운 리더십 때문에 통상 등에서 수세에 몰리는 쓴맛을 봤다. 이제 더 큰 도전이 기다린다. 트럼프는 동맹 관계조차 거래 관점에서 바라본다. 무엇보다 국방·안보 분야가 걱정이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주둔, 미국 제공 확장 억제, 전략자산 전개 등에 더 큰 대가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최근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지칭한 것도 시사적이다.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만큼 한국을 패싱하고 북미 관계를 이끌 가능성도 있다. 국가안보를 지키려면 단단한 경계와 예방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 또한 불확실성의 거센 파고를 견뎌야 한다. “관세는 제가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는 트럼프의 귀환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 뭘 뜻하겠나. 공교롭게도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대미 무역흑자는 트럼프 1기 마지막 해인 2020년 166억 달러에서 2023년 444억 달러로 급증했다. 올해는 5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가 이를 눈여겨보지 않을 리 없다.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라도 나오면 통상환경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미국 내 한국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미 관계가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윤 대통령은 오늘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서 “한참 전부터 (트럼프 재집권 시) 발생할 수 있는 이슈와 대응 논리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일반 국민마저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겠지만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탈이다.

외교·안보에서 통상·경제까지, 국가적 과제가 산더미다. 미국 보조금 축소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울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부터 세심히 살펴야 한다. 트럼프 리스크를 넘어서려면 초당적 대처는 기본이다. 정치권은 힘을 합쳐야 한다. 비관만 할 계제는 아니다. 위기는 곧 기회다. 트럼프가 조선업을 언급한 것은 중국 견제, 해양 경쟁력 강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영향이 크다. 전화위복의 길이 많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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