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발명자 등록, 실질적 기여가 관건

입력 2024-11-06 17:41 수정 2024-11-0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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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종 메이커스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휴대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액정과 버튼이 구별되는 긴 바(Bar) 형태였고, 이후 플립(Flip)형, 폴더(Folder)형, 슬라이드(Slide)형 등 다양한 형태의 휴대폰이 출시되었다. 2002년 국내 굴지의 휴대폰 제조사인 X사가 슬라이드형 휴대폰을 개발하기 위해 자신의 협력업체인 Y사와 기구개발 위탁용역계약을 체결했고, Y사의 직원들이 개발을 담당했다. X사 책임연구원으로 Y사의 슬라이드형 휴대폰 개발업무를 감독했던 A는 슬라이드형 휴대폰 발명에 자신을 공동발명자로 기재하여 X사에 직무발명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X사를 퇴사한 A는 X사가 슬라이드형 휴대폰을 출시하자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원고(A)는 이 사건 용역계약을 의뢰한 피고(X)의 책임 연구원으로서 형식적으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공동발명자로 등재되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면서 원고를 진정한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았다(수원지방법원 2007가합14622, 2008.10.17. 선고).

법원은 발명을 구체화하는 데 관여한 자가 발명자이고, 단순히 아이디어를 제공한 자, 일반적인 지식을 제공한 조언자, 단순 보조자, 도급인 등은 진정한 발명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앞선 사례처럼 프로젝트 책임자라는 이유로, 보고 또는 결재 라인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실제 발명에 기여하지 않은 자가 공동발명자로 게재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에는 특허를 출원하면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아들을 공동발명자로 올리는 등 허위 스펙으로 아들을 의전원에 합격시킨 대학교수에게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특허가 불공정한 스펙 쌓기와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종종 제기되어 왔다. 자율주행방법 관련 특허의 공동발명자로 2세, 4세의 아동이 포함된 사례, 줄기세포 관련 특허에 4세 아동을 발명자로 포함하였다가 특허청이 이를 지적하자 출원인으로 변경한 사례 등 부모가 자녀를 공동발명자로 포함시키는 사례가 늘어나자, 특허청은 2020년 발명자가 미취학아동일 경우 특이사항에 별도로 표시하고 발명자 면담과정을 선택사항으로 추가하는 등의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심사절차가 종료된 특허등록결정 후부터 설정등록 사이에 발명자를 추가 정정함으로써 특허청의 심사를 피하려는 꼼수가 발생했다. 이에, 진정한 발명자만을 발명자로 기재할 수 있도록 발명자 정정제도를 개선한 특허법 시행규칙 개정령이 11월 1일자로 시행되었다. 심사가 종료된 등록결정 후부터 설정등록 전의 기간을 발명자 정정 가능 기간에서 제외하고, 설정등록 후에는 발명자 정정을 엄격하게 심사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진정한 발명자를 찾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이번 개정령으로 마침표를 찍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홍혜종 메이커스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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