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 '함량미달' 게임개발사에 승소...개발비 13억 전액 환수

▲법원 (이투데이DB)

콘진원, 예체능 교육용 게임 개발업체에 13억 원 환수 소송 ‘전부 승소’
재판부 “정성평가는 주관적 가치와 인식 반영되는 것” 평가 전문성 인정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교육용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긴 용역업체에 지급한 13억 원을 소송으로 전액 환수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제23민사부(재판장 김동빈 판사)는 콘진원이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미니게이트, 프리것버드를 상대로 제기한 선금 등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들은 콘진원에게 지급받은 선금을 전액 반환할 의무가 있다”면서 “미니게이트는 11억2000만 원, 프리것버드는 1억79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콘진원이 소가로 제시한 13억 원을 전액 인정했다.

콘진원은 2021년 음악, 미술, 체육 과목에 관한 교육용 게임콘텐츠 개발을 위해 위탁용역업체를 선정하기로 했고, 그해 공동수급체를 결성한 피고 회사들과 우선협상을 거쳐 약 13억 원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콘진원은 계약에 따라 선금 80%에 해당하는 약 11억 원을 선지급했고, 2억 원에 가량의 계약보증금도 지급했다.

갈등은 콘진원이 2022년 3월 들어 피고 업체들 결과물에 대한 완성도 평가를 하면서 시작됐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평가위원을 꾸려 진행한 최초 평가에서 ‘불합격’ 결과가 나왔고, 그해 5월 재평가를 진행했음에도 재차 불합격이 결정된 것이다.

불합격 판단의 주요 사안 중 하나는 당초 콘진원이 요구한 구성과 다른 게임 개발이었다.

콘진원은 ‘8가지 학습 주제에 대한 수준별 6단계 게임’을 요구했지만 피고 회사는 ‘48개의 개별 게임’을 개발해 왔고, 평가위원들은 이 같은 구성 변화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콘진원은 이듬해인 2023년 이 같은 평과 결과가 용역계약 해제 사유에 해당한다며 피고 회사에 앞서 지급한 선금과 보증료 등 13억 원의 반환을 요구했다.

피고 회사들이 이의를 신청하자 콘진원은 결과물의 완성도, 비용집행 적절성, 교육현장 적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난 작업에 소요된 자금을 약 3억5000만 원으로 인정한 뒤 이 금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반환하라고 다시 요구했다.

하지만 피고 회사들이 이 같은 결과에도 불복하자 콘진원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콘진원의 주장을 전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행정청의 전문적인 정성적 평가는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사례를 준용했다.

재판부는 “교육용 게임콘텐츠 개발 등에 관한 평가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므로 (대법원 판결과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면서 “콘진원의 1, 2차 결과 평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에서 “결과물에 대한 질적 평가가 지나치게 부정적이라 납득하기 어렵다”는 피고 회사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성적 평가의 경우 평가위원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 그 과정에 주관적 가치와 인식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피고 회사들이 예상했던 내용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자의적이라거나 객관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갈음했다.